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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편의 自尊心 ♥
知天命 중반에 들어서면서 친척 형제나 친구들의 자식들이 결혼 연령에 도달하여 결혼식장에 참석할 기회가 늘어났다. 대부분의 가정의 경우 부부가 젊었을 때는 남편들은 친구나 직장 동료와의 만남으로, 아내들은 자식을 뒷바라지 하느라 서로에게 신경을 쓸 겨를이 없었다. 하지만 자식이 성인이 되고 나니 시간적 여유가 생기면서 배우자한테 관심을 갖게 되고 서로를 위하는 마음이 생겨났다.
나는 친구의 소개로 남편을 만나서 2년 동안의 연애기간을 거쳐 결혼한지 27주년이 되었다. 하지만 결혼 후 보았던 남편은 연애시절에 보여준 자상한 사람이 아니었다. 막내로 자라서인지 남을 배려하지 않았고 오로지 자신만을 내세우는 독선적이고 이기적인 사람이었다. 게다가 무슨 일을 하더라도 미리 의논을 하지 않고 혼자 결정해 놓고 나서 일방적으로 통고하는 식이었다.
사업을 시작할 경우 아내인 나한테는 알리지 않은 채 다른 사람의 말만 믿고 시작부터 해 놓고나서 “언제까지 돈이 얼마 필요하니까 마련해 봐.”하는데 그 돈이 적은 액수가 아니었다. 나는 친정어머니를 통해서 돈을 빌려다 주었는데 사업을 시작해서도 가져간 먼저 돈은 계산도 않고 계속 돈을 구해보라고 하였고, 친정어머니는 “더 이상 돈을 구할 수가 없으니 나는 모르겠다.”고 하셨다. 그래서 그대로 남편한테 전하면 “누가 그돈 안 갚을까봐 그러시냐? 나도 사업 안 해.”하면서 엄포를 놓고 나가버렸다. 그러면 나는 어머니를 설득해서 돈을 구해서 대주었는데 이런 일이 반복되다 보니 아예 습관이 돼 버렸다.
남편은 어려서는 비교적 부유하게 살았지만 시아버님이 간경화로 돌아가시자 가세가 기울었는데 나를 만났다. 그래도 잘 사는 것처럼 가장하고 나와 데이트 할 때는 돈을 잘 써서 부자인줄 알았는데 결혼을 하려고 하자 방 한칸 얻을 돈이 없었다.
반면에 친정은 궁핍했지만 나와 여동생이 여고를 졸업하고 직장에서 번 돈으로 어머니가 재테크를 잘 하셔서 땅을 사고 3층짜리 상가를 지어 임대를 해서 비교적 형편이 좋았다.
나는 부모님의 반대를 무릅쓰고 결혼을 했는데 남편과 사이가 좋지 않아 20년동안 대화가 거의 없이 아이들만 바라보고 살았다.
IMF가 터지자 남편이 막대한 부채를 안고 2년 동안 실업상태로 집에서 지내면서 예전의 모습과 다르게 행동의 변화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내가 직장에서 돌아오면 저녁상을 차려놓고 수고했다는 말을 하고, 주방일을 도와주기도 했는데 지금까지 계속 이어지고 있다.
2~3년 전부터는 시댁의 경조사에도 부부가 함께 참석하고, 최근에는 남편 친구들과도 부부모임을 갖고 동반하여 참석하고 있다. 남편은 나한테 “다른 여자들 보다 초라하게 보이지 않도록 옷차림에 신경을 쓰라.”고 해서 덕분에 정장을 몇 벌 구입했다. 예전에는 남편과 옷을 사러 나가면 남편의 옷만 사고 “빨리 나가자.”고 서두르는 바람에 내 옷은 구경도 하지 못하고 나온 적이 많았으니 격세지감(隔世之感)을 느낀다.
남편은 자존심이 무척 강한 사람이다.
자신의 친척한테 자신이 장가를 잘 가서 행복하게 잘 살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서 엄청 노력하고 있다. 결혼식에 참석해서도 나를 데리고 다니면서 일일이 인사를 시키고 뷔페식당에서는 가만히 앉아있으라고 하고는 음식을 날라다 준다.
자신의 아내가 화사한 모습으로 예쁜 정장을 입고 있는 모습에서 자신이 능력있다고 믿고 있는 것 같다. 덕분에 나는 행복한 여자가 되어 다른 사람들의 부러움을 사고 있다.
남편은 내가 공부를 하고 블로그를 관리하는 것에는 관대하지만 퇴근 후의 시간에 대하여 지나칠 정도로 챙기고 있다. 내가 버스를 타고 집에 돌아오는 중에 휴대폰이 울리는데 “당신! 지금 어디 오고 있어?” 하고 뻔한 질문을 한다.
집에서 남편은 주로 안방에서 TV를 보고, 나는 거실에서 책을 보거나 컴퓨터를 사용하는데 각자가 다른 공간에서 자신만의 시간을 보내는 생활이 우리 부부에게는 무척 자연스럽다.
友瑛. 2007. May.20
남편과 나의 휴대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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