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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Gloomy 족

 

                   ♠ 글루미(Gloomy) 族 ♠


 Gloomy 란 ‘칙칙하고 우울하다’는 뜻으로 현대인들의 개인주의적 성향과 잘 어울리는 삶의 단면이라고 할 수 있다.

 요즘 사람들은 남녀를 불문하고 치열한 경쟁사회 속에서 의무적인 친교관계를 맺으면서 바쁜 일상생활을 반복하고 있다. 그래서 가끔은 자신만을 위하여 홀가분한 시간을 갖고 싶어한다.

 이처럼 스스로 고독을 자처하는 사람을 가리켜 ‘글루미족’이라고 부른다. 요즘에는 결혼을 늦게 하고 부모님과 떨어져 혼자 지내는 사람이 많아서 이들을 겨냥한 상점과 문화공간들이 생겨나고 있다. 이들은 혼자서 밥을 먹고 차를 마시면서 책을 읽고, 쇼핑과 미용실을 다녀오고, 영화관람과 나홀로 여행을 즐기고, 프라이버시 카페에서 자신만의 시간을 갖기를 원하고, 자신의 프라이버시를 지키면서 정체성(Identity)을 확인하려고 한다.

 

 現代人들은 자신을 최고의 자산(資産)으로 손꼽는다. 사회 속에서 ‘성공할 수 있느냐? 낙오자가 되느냐?’의 문제는 ‘평소에 자신을 얼마나 존중하면서 관리에 만반의 대비를 잘 했느냐?’에 따라 판가름 될 수 있다. 

 나는 마을버스를 타고 출퇴근하는데 버스 안에 수십명이 타고 가는데도 말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가끔씩 휴대폰 벨소리가 울리면 발신자(發信者)와 대화를 하는 것이 고작이다. 인터넷과 휴대폰이 인간관계를 단절시키고 있는 것이다.

 

 나는 지난 발렌타인데이에 남편한테 휴대폰 문자로 초컬릿을 보냈다. 우리 부부는 결혼 27년차이지만 가급적이면 서로의 私生活을 존중해주고 간섭하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다.

 결혼이란 처음부터 남남으로 만나서 가정을 이루었기 때문에 혈족(血族)이나 학교 친구와는 다른 개념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두 사람 사이에 자식이라는 끈이 있어서 家族으로 불려지지만 분명하게 말하자면 他人인 셈이다.

 

 나는 ‘夫婦는 一心同體’라는 말의 개념(槪念)에 반대한다. 부부는 생각과 가치관(價値觀)이 다르기 때문에 절대로 한 몸이 될 수 없다. 다만 한 지붕안에 살고 있는 합법적인 이성친구일 뿐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항상 연애하는 느낌으로 살고 있다.

 남편은 취미가 낚시와 등산이고, 나는 컴퓨터로 글쓰기와 책읽기, 사진찍기를 좋아한다. 그래서 집에 있어도 식사시간과 잠자는 시간 외에는 안방과 거실이라는 각자의 공간에서 자유롭게 시간을 활용하고 있다.

 처음에는 어색했지만 지금은 오히려 자연스러운 일상이 돼 버렸다. 내가 쟁반에 과일을 담아가지고 안방에 들어가서 TV를 보면서 과일을 깎고 있으면 남편이 오히려 “당신이 옆에 있으면 TV에 집중이 안되니까 과일을 깎아놓고 나가서 당신 할 일을 하라.”고 채근한다. 나 역시 옆에 누가 있으면 신경이 쓰여서 집중이 잘 안된다. 그리고보니 우리 부부는 서로 닮은 점이 많은 것 같다.  


 내가 어렸을 때는 단칸방에서 부보님과 동생들이 한데 엉켜서 살다보니 그러한 환경에서 탈피하여 언제나 혼자만의 공간에서 있기를 원했다. 내가 여고에 다닐 때부터 결혼하기 전까지는 여동생과 방을 함께 사용했다. 그래서 그 꿈은 결혼을 하고도 아이들이 성장하고 난 이후에나 이루어졌다.


 요즘 젊은이들은 어려서부터 자기만의 공간을 가지고 살아왔기 때문에 누구든지 간섭하는 것을 싫어한다. 그래서 동생이 많으면 예뻐하기 보다는 오히려 귀찮다고 한다. 또 개인주의가 팽배하다 보니 결혼을 하고도 자기 주장을 내세우고 자존심이 강해서 신혼이혼이 증가하고 있다.

 나도 글루미족에 속하는 것 같다.


                  友瑛. 2007. March.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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