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남은 자의 슬픔>의 작품분석★
1. <살아남은 자>의 슬픔 줄거리
<살아남은 자의 슬픔>의 작가 박일문은 충북 영동에서 태어나 상주를 거쳐서 대구에서 성장했다. 기존의 작가와는 달리 신상에 대해서 잘 알려진 바가 없다.
박일문은 1992년 ‘대구매일신문’의 신춘문예에서 단편 <왕비를 아십니까?>로 등단하고 같은 해에 <살아남은 자의 슬픔>으로 제16회 ‘오늘의 작가상’을 수상했다.
이 작품은 기존의 전통적인 소설형식을 무시하고 90년대 창조적 행위가 격동기의 상실감에서 비롯되었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서 ‘몽타주 수법’을 구사했다. 또한 대화와 묘사와 독백과 서술이 혼용되는 서술방법을 사용했다.
이 작품은 주인공 ‘나’를 중심으로 출가사문이었던 아버지와 자살한 어머니와 여자친구인 라라, 디디, 친구인 ‘박’이 등장한다. 아버지와 ‘박’은 상징적인 존재로만 되어 있다.
이 작품은 1980년 12월8일 오후1시 당시 어머니가 좋아하던 비틀즈의 멤버였던 존 레논과 만 24시간의 차이를 두고 수면제 과용으로 자살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그녀는 20대 초반인 ‘나’에게 26평형짜리 아파트와 저금통장과 퇴직금을 남기지만 ‘나’는 어머니에 대한 애정결핍과 어머니의 행실에 대한 부정과 질책의 표시로 생각된다. ‘나’는 혼돈스러운 80년대의 20代를 거쳐서 90년대의 30代를 넘어선 젊은이로서 아버지가 출가사문이라는 것과 초등학교 5학년 때 잿빛 승복차림의 사진을 훔쳐보다가 어머니께 혼이 난 추억으로 묘사되는 것 이외에는 전혀 동정하지 않는 것으로 보아 고아의식에서 출발했다고 할 수 있다.
‘나’는 청년기인 열아홉 살 때부터 자유분방한 생활을 즐기게 되면서 ‘라라’와 ‘디디’라는 두 여자를 알게 되고 국제정세에 따른 운동권내부의 갈등과 침체된 국면을 사실에 가깝도록 묘사하고 있다.
‘나’는 결손가정에서 자란 탓인지 두 여자를 사귐에 있어서 진지한 애정관을 가지고 사귀는 것이 아니라 마치 하루에 세 끼니를 먹고 화장실에 다녀오듯 Sex자체를 자연스러운 일상생활의 일부분으로만 인정하려고 든다.
'나'는 여기에서 도덕관이나 윤리관을 아예 무시해버리고 ‘라라’가 죽자 허전한 마음의 한 구석을 ‘디디’를 통해서 채우려고 한다. ‘나’는 ‘라라’와 ‘디디'의 존재를 동일시한다. ’나‘는 ’라라‘가 죽고 나서 그녀를 모델로 하여 그녀가 지향했던 소설가로서의 발돋움을 하게 된다.
'나‘는 자신의 나약함에 대한 환멸에서 벗어나기 위해 出家를 선택하지만 적응하지 못하고 현실세계로 돌아와서 글쓰기에 전념한다.
‘나’는 ‘디디’의 생일초대를 받고도 서로를 위해서 만나지 말자는 편지와 함께 스물세송이의 장미꽃을 보낸 뒤 도서관에서 소설작법을 읽고 열람 대에서 갖가지의 신문을 읽으면서 시간을 보내게 되는데 ‘나’는 제목을 브레히트의 <살아남은 자의 슬픔>으로 제목을 정하고 마치 뜨거운 핏방울로 血書를 쓰듯 제목을 한자 한자 적어 나간다.
2. <살아남은 자의 슬픔>에 나오는 90년대 죽음의 樣相
[1]아버지의 죽음
‘젊은 사내의 뒤에는 책장이 있고 앞에는 앉은뱅이책상이 있다. 그 사내의 오른쪽에는 다구와 책들이 쌓여있다. 그는 출가사문이다. 나는 사진 속의 사내가 나의 아버지라는 것을 직감적으로 알았다.’
‘그는 나의 아버지가 아니다. 그녀 보다 먼저 앞서 지구를 떠난 사내. 그 사내는 엄청난 실수를 저지르고 뒤 책임도 지지 않은 채 어느 행성으론가 떠나 버렸다.’
이렇게 원작에서 인용한 글을 보면 아버지가 어느 한 순간에는 분명히 존재했지만 현재는 지구상에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즉 부권상실시대에 살고 있는 것이다.
[2]어머니의 죽음
‘나의 어머니, 1960년대에는 보기 드물었던 모던한 여자.
바비 다링, 자니 허튼, 브랜다 리, 스탠더드 팝스타의 系譜와 컨트리 뮤직의 계보, 최소한 1971년 헤비메탈이 성장하기 시작한 해까지의 팝뮤직 정보가 머릿속에 들어 있는 여자, 그런 여자가 1980년 12월8일 오후1시 그녀의 전 재산인 26평형짜리 주공아파트에서 차이코프스키의 비창을 들으며 자살했다.
나의 친구이자 애인, 천사이자 창녀 그런 나의 어머니였다.‘
‘존 레논을 좋아했던 여자, 1935년생, 긴 생머리의 여자, 눈은 크고 깊다.
밥을 할 때도 담배를 피웠고, 빨래를 할 때나 똥을 눌 때도 화장실 변기 위에 앉아 담배를 빨던 여자.‘
주인공 ‘나’의 어머니는 그 당시 시대상황으로 볼 때 인텔리여성임에 틀림없다. 그런 여성이 몸으로 출가사문과의 떳떳하지 못한 관계와 미혼모로서의 외롭고 고달픈 삶을 살아왔다. 결국 외로움을 견디지 못하고 자살한 것이다.
[3]‘라라’의 죽음
‘누군가 밖에서 문을 세 번쯤 똑똑똑 두드렸다. 인기척이 없자 길게 생머리를 한 여학생이 문을 열고 들어섰다. 아담한 키에 목이 길며 눈이 크고 깊은 여자였다. 그녀는 프로스펙스 운동화, 물이 약간 날아간 청바지에 고동색 통가죽 벨트, 온통 빨간 바탕에 시몬느 베이유의 얼굴이 까맣게 찍힌 티셔츠를 입고 있었다.’
‘라라’는 주인공 ‘나’가 스물여섯 살 때 학생회관에 있는 서클룸에서 봄날의 나른한 오후를 즐기고 있을 때 처음으로 기억되는 모습이었다.
‘라라’는 서클의 신입회원으로 가입한 것을 계기로 ‘나’와 가까워진다. 그녀는 관능적인 아름다움을 지녔고 상당히 현실 지향적이며 참여적이고, 순수하고, 즉흥적이고, 도전적이며 죽음에 대한 탐미주의자였다.
그녀는 아나키즘적 사고에 젖어있었고, 현실을 부정하고, 부패와 악의 관념적이고 실질적인 퇴치를 위해서 사상투쟁과 노동현장에서의 투쟁을 모색하지만 결국에는 니힐리즘에 빠져 23살에 자살하고 만다.
박일문의 소설 <살아남은 자의 슬픔>은 신세대소설답게 기존의 고정관념과 인식을 타파하고 새로운 시대적인 감수성과 자기시각으로 표현한 작품이다.
여기서는 80~90년대 한국 사회배경에서 운동권이나 노동자로 변신했던 남녀주인공들이 좌절과 방황 끝에 당시대의 사회상을 잘 나타내고 있다.
<살아남은 자의 슬픔>은 절대빈곤의 시기를 넘어선 70년대의 경제성장 이후 80년대의 부동산투기와 기성세대의 과소비현상으로 富의 편중 문제가 제기된 이후에 90년대 초까지의 신세대 젊은이들의 사고방식이 서술되고 있다.
부친과 모친으로 상징되는 전통적인 不在는 극단적인 서구의식으로 모험과 실험을 거듭하게 되고 결국에는 좌절(挫折)과 방황(彷徨)에 빠져버리게 된다.
友瑛 . 2006. January.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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