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용준. 손예진 주연의 영화 '외출'
☞ 인연(因緣)과 악연(惡緣) ☜
因緣이란 ‘어느 사물에 관계되는’ 연줄' 또는 ‘서로의 연분(緣分)’을 말한다.
우리가 흔히 부부나 연인(戀人)사이가 좋을 경우 ‘因緣이다.’라고 말하고 나쁘면 ‘因緣이 아니거나 惡緣’이라고 한다.
나는 어제 모처럼 큰맘 먹고 CGV에서 영화 한 편을 보았다. 나는 결혼 전에도 영화 보다는 책읽기를 좋아해서 학교에서 단체로 관람한 영화 외에는 본 적이 거의 없다. 남편과 연애기간에 3편정도 본 적이 있고 결혼 후에는 가끔씩 TV ‘주말의 명화’에서 방영하는 영화를 보았다. 나는 주로 멜로물을 좋아하는데 마침 배용준씨가 주연한 ‘외출’이 인기를 끌고 있어서 보기로 한 것이다.
나는 친구 S와 같이 가려고 큰아들한테 두 장을 예매하게 했는데 S가 갑자기 볼 일이 생기는 바람에 한 장은 취소했더니 인터넷에서 할인하여 6500원에 예매를 한 것인데 6000원을 내준다. 나는 예전에 갔던 극장과 달리 영화관에서 동시에 여러 편의 영화를 상영하는 것이 신기했다. 대기실에는 페스트후드점과 현재 상영중인 영화포스터가 게시되어 있다. 주로 젊은이들이 쌍쌍으로 대기실이나 휴게실에 몰려다니는데 그들을 보니 예전 생각이 났다.
나는 상영시간 보다 미리 갔더니 시간적 여유가 있어서 이곳저곳을 둘러보고 디카로 사진을 찍었다. 어제는 추석을 앞둔 탓인지 영화를 보러 오는 사람들이 많지 않다. 나는 미리 좌석을 익혀놓고 대기실에 있는데 직원이 영화가 시작되었다고 알려준다. 영화관에 들어서니 다른 영화를 예고하고 있는데 스피커소리가 울린다. 5분 동안 다른 영화 예고(豫告)가 끝난 후 드디어 ‘외출’이 시작됐다.
이 영화는 등장인물이 많지 않은 것이 특징이다. 남자 주인공인 인수(배용준)는 조명감독이다. 행사를 앞두고 준비를 하는 중에 아내의 교통사고 소식을 듣게 되면서 영화가 시작된다. 인수는 급하게 차를 몰아서 아내가 의식을 잃고 누워있는 ‘삼척의료원’에 도착한다. 인수는 수술실 앞에서 수술결과를 기다리다가 또 다른 환자 가족을 보게 된다. 그녀는 다름 아닌 인수의 아내와 동승했던 남자의 아내인 서영(손예진)이다.
인수와 서영은 서로 얼굴을 제대로 바라보지도 않고 각자의 배우자 때문에 상심한다. 인수의 아내와 서영의 남편은 공교롭게도 같은 중환자실에서 옆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인수의 아내와 서영의 남편은 며칠이 지나도록 깨어나지 않고 있다.
인수와 서영은 경찰서에서 교통사고로 심하게 파손된 차량의 사진을 보게 되고 경찰이 차량 안에서 수거한 소지품을 비닐봉투에 모아두었던 것을 꺼내어 고른다. 두 사람은 차량이 있는 곳으로 가서 나머지 소지품을 챙기고 헤어지는데 여기서 다친 사람이 대학교에서 같은 동아리소속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이날 인수는 찾아온 후배와 술을 마시면서 분함을 이기려고 애쓴다. 서영은 ‘삼흥모텔’에서 술을 사다가 혼자 마시면서 울먹인다. 이들은 두 사람이 다 피해자이면서도 의식불명인 배우자들한테 뭐라고 한마디 힐 수 없는 자신의 처지를 비관하고 있는 것이다.
두 사람은 공교롭게도 같은 모텔의 서로 마주보는 방에 투숙하고 있다. 그러기에 두 사람은 병원에서나 모텔을 드나들면서 자주 보게 된다. 인수와 서영의 배우자들이 사고를 내서 사망한 사람의 가족과 합의를 하기 위해 두 사람은 인수가 운전하는 차편으로 시골로 간다, 그 곳에서 서영이 피해자 가족으로부터 머리채를 잡히는 일이 발생하고 사람들이 말리는 바람에 벗어났지만 그 충격은 쉽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돌아오는 길에 서영이 차를 세워달라고 하고 길에 앉아서 엉엉 소리를 내고 울어버린다. 인수가 차에서 내려서 서영을 위로해 주면서 두 사람 사이에서는 연민의 정이 싹트게 된다.
그 후 두 사람은 모텔에서 서로를 불태우지만 인수의 아내가 깨어나면서 위기를 맞게 된다. 인수의 아내는 “나한테 할 말이 없어요?”라고 묻지만 인수는 아무 말을 하지 않고 남자가 죽었다고 알려주면서 병실을 나오는데 아내가 크게 통곡을 하는 소리가 들린다. 인수는 말없이 아내의 휠체어를 밀어주고 연민의 눈빛을 보이지만 부부사이의 신뢰감이나 사랑은 이미 마음에서 멀어졌음을 느낀다. 인수는 아내를 데리고 서울로 가기 위해 준비를 하게 되고 서영도 삼척을 떠날 채비를 하다가 모텔로 다시 돌아온다. 두 사람은 다시 한번 호텔에서 사랑을 불태우는데 사랑을 하지만 현실에서는 이루어질 수 없음을 실감하게 된다.
시간이 흘러서 봄이 오고 두 삶은 각자의 일상에서 살아가면서 서로를 그리워한다. 다시 겨울이 돌아왔을 때 폭설로 덮인 눈길을 차를 타고 가는데 서영의 다음과 같은 마지막 대사가 여운을 남겨주면서 영화가 대단원의 막을 내린다.
“우리 이제 어디로 가죠?”
이 영화는 대화가 많지 않고 빠르게 전개되지 않지만 주인공들의 삼리상태를 적나라하게 표현하고 있어서 마치 내가 인수가 되고 서영이 된 것으로 착각할 만큼 영화 속에 빠져들게 만든다. 그들이 처음으로 만났을 때 서영이 인수한테 “우리 사귈래요? 기절하게.”라고 한 말은 그녀가 인수한테 마음을 열고 있다는 증거가 될 것이다. 나는 혼자 갔지만 내 옆 좌석에 젊은 커플이 자리를 잡고 있었는데 여자가 팝콘도 나누어 주고 간간히 영화를 보면서 얘기를 나눌 수가 있어서 심심하지 않았다. 영화 속에 나오는 인수와 서영의 정사장면은 불륜이라기보다는 차라리 배신한 배우자들을 용서하기 위한 절규에 가까웠다.
인수가 서영에게 “우리가 백년 전에 만났더라면 좋았을텐데...”하는 말로 미루어 볼 때 인수와 서영은 이미 인연을 맺은 것이다. 요즘도 부부사이에 갈등의 골이 깊은데도 주위의 이목이나 자식 때문에 이혼을 하지 못하고 억지로 참고 사는 형식적인(호적상의)부부들이 많다. 부부란 성인이 되어 만나서 만났기 때문에 자라온 환경과 조건들이 맞지 않는 부분들이 더 많을 것이다. 서로가 노력을 함으로써 두 사람 사이의 차이(Gap)를 좁혀나가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나는 영화 상영시간 1시간 40분 동안 서영이가 되어 그녀의 입장을 동정하고 이해하려고 노력했다. 남편이 있는 여자로써 외간남자를 받아들인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우리나라 정서에 맞지 않지만 남편이 먼저 아내를 배신했고 남편도 이 세상 사람이 아닌 이상 서영을 이해하고 그녀의 앞날을 축복해주리라고 믿는다.
영화 ‘외출’은 일본에까지 알려져서 배용준의 무대인사를 보기 위해 일본여성들이 대거 한국으로 오기도 했고 ‘외출’의 촬영지였던 인수가 살던 아파트와 ‘삼흥모텔’과 ‘**호텔’ 등이 공개를 하기로 했다는 보도가 있었다. 요즘에는 공장에서 물건을 만들어서 파는 것 보다 영화나 드라마를 잘 만들면 부가가치(附加價値)가 높아서 국익(國益)에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友瑛 2005 . September. 17
현재 상영중인 포스터가 게시되어 있는 게시판
배우자의 불륜을 알고 괴로워하는 인수와 서영
인수가 모텔 밖에서 눈을 벽에 던지면서 울분을 풀고 있을 때 서영이 나가서 만남
인수와 서영이 축은 피해자 빈소를 방문
인수와 서영이 사랑이 싹트면서 찻집에서 만남.
인수가 담담한 표정으로 의식이 돌아온 아내한테 과일을 깎아준다.
영화 마지막 장면 "우리 지금 어디로 가는거죠?"
'방송대 Report' 카테고리의 다른 글
추월색의 작품분석 (0) | 2006.01.21 |
---|---|
살아남은 자의 슬픔 (0) | 2006.01.09 |
영화 <외출>에 대한 감상평 (0) | 2005.11.08 |
서평 '생명과 환경'원자력발전... (0) | 2005.09.02 |
[文化史]교양과목 (0) | 2005.07.0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