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위기(危機)의 중년여성들 ♤
중년여성이란 ‘불혹(不惑)을 맞이한 사십대 이후의 여성’을 가리키는 말이다.
이 시기가 되면 대부분 자녀들이 중 .고등학교에 다니고 있거나 빠른 경우 대학교에 다니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부모를 모시는 마지막 세대인 동시에 자식한테 버림받는 첫 세대’인 것이다.
재벌인 경우를 제외하고 중산층 이하의 중년여성들은 파출부를 쓰지 않고 자신의 손으로 집안일부터 시작해서 자녀의 진학문제와 혼사문제까지 두두 섭렵해야 하는 ‘울트라 맘(Ultra Mom)’이 되어야 한다. 게다가 며느리로서 시댁식구한테 신경을 써야 하기 때문에 항상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다. 특히 명절이 돌아오면 주부의 스트레스는 최고조에 다다라서 명절이 지난 후에 어깨통증이나 요통, 심리적 스트레스 등의 증상으로 나타나고 있는데 ‘명절증후군’이라고 부른다. 이를 다른 말로 화병(火病)이라고도 하는데 화병은 한국에서만 나타나는 독특한 현상이라고 한다. 화병은 특히 시댁과의 갈등(葛藤)이나 과도한 집안일 등이 주요원인(主要原因)으로 꼽힌다.
중년여성의 화병은 일종의 분노가 밖으로 표출되는 현상으로 시댁이나 남편, 자식들한테서 받은 스트레스를 가슴 속에 담아두어서 응어리로 남아 있던 것이 불면증이나 가슴이 답답한 증세로 나타나게 된다. 그래서 오죽하면 ‘시’자가 붙은 시금치를 먹지 않는다고 했을까?
평소에도 남편이 권위적이거나 무시하려는 태도를 보일 때와 자식들이 엄마를 가정부처럼 일이나 하는 존재로 인식하고 있을 때 주부들이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다. 가부장적(家父長的) 전통의 가치를 중시하는 가족일수록 주부들이 더 많은 부담을 느끼고 있다.
남편이 가정을 소홀히 하고 습관적으로 늦게 귀가하거나 외도를 할 경우에도 시부모는 며느리한테 이해와 용서를 강요한다. 만일 자신의 딸이 같은 경우를 당했더라도 같은 말을 했을까? 나도 예전에 남편이 여자문제로 속을 썩일 때 시어머님께 하소연을 했더니 “아들을 나무라기는커녕 남자가 그럴수록 여자가 집에서 잘 해주어야 마음이 돌아온다.”고 하셨는데 같은 여자로서 마음을 알아주시지 않는 것 같아 야속했다.
또한 자식들이 학교에서 공부를 제대로 하지 못하면 주부들의 스트레스 원인이 된다. 흔히 자녀교육문제는 주부의 몫으로 알고 있는 남편들이 많기 때문에 상급학교에 진학할 때마다 보통 신경이 쓰이지 않는다. 나도 아이들이 중. 고등학교에 다닐 때는 육성회와 어머니회에 가입하여 매달 학교에 찾아가서 담임선생님과 면담을 했고 교육제도에 많은 관심을 기울였다. 요즘에는 수능시험을 앞두고 절에 가서 불공을 드리는 것도 바로 엄마의 몫이 된다. 아내가 그렇게 정성을 들였는데도 원하는 대학교에 합격하지 못하면 남편으로부터 “당신은 집에서 뭐하는 여자야.”라는 소리를 들어야 한다. 나는 다행히도 아이들이 말썽을 피우지 않았고 무난하게 대학교에 합격을 했는데 친정어머니는 “네가 어려운 생활 속에서도 아이들을 키우느라 애를 썼다. 아이들이 너를 닮아서 악착같이 공부를 열심히 하더니 잘 해냈구나.”고 하신 반면에 시어머님은 “애비의 머리를 닮아서 공부를 잘한다.”고 남편한테 공(功)이 넘어갔다. 설령 손자가 아들의 머리를 닮았다고 하더라도 며느리한테는 “네가 애썼다. 네 덕분이다.”라고 한다면 며느리는 시어머님한테 고마워서 더욱 정성껏 공경할 것이다. 그러기에 요즘 세상에는 어른 노릇을 하는데도 고도의 지적능력이 필요하다.
여성이 폐경기를 겪을 때 건강에 이상신호가 찾아와서 심리적으로 위축되어 스트레스를 받게 되는데 이럴수록 남편과 자식들의 배려(配慮)와 관심이 필요하다. 그런데 무심하게도 남편들은 아내를 밖에서 왕성하게 활동하는 여성들과 비교를 하고 성적 매력까지 운운하면서 자존심이 상하는 말을 서슴없이 한다. 물론 여성들이 많은 노력을 기울인다면 집안일과 바깥일을 만족하게 할 수가 있겠지만 여간 힘든 것이 아니다.
부부는 같은 방향을 바라보면서 함께 걸어가는 평생친구라고 한다. 자신한테 시집을 와서 아이들을 낳아서 키우고 부모를 공경한 아내를 집안에서 일이나 하는 ‘월급 없는 파출부’라는 낡아빠진 사고방식부터 버려야만 아내의 스트레스가 쌓이지 않을 것이다. 옛말에 ‘남편 덕(德)이 없는 여자는 자식 德도 없다.’는 말이 있다. 자식은 아버지가 어머니한테 하는 것을 보고 그대로 배우게 된다.
중년여성이 우울증(憂鬱症)이나 火病에 걸리지 않게 하려면 남편부터 아내를 대하는 태도가 바뀌어야 한다. 부부만의 시간을 많이 가지고, 아내를 존중하면서 아내를 배려(配慮)하고, 부부가 같은 취미를 가지고, 함께 외출하여 차를 마시고 영화를 보고, 집안일을 같이 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만일 아내가 없다면 자신이 집안일을 다 해나가야 할 것이라는 생각을 상기해야 하겠다. 많은 남자들이 아내와 사별하거나 이혼을 한 후에 후회를 하는 경우가 많은데 버스는 한번 지나가면 아무리 손을 흔들어도 다시는 돌아오지 않는다.
友瑛 2005. September.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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