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성된 칼국수
♧ 칼국수 ♧
한동안 뜨겁던 날씨가 계속되었는데 연이틀간 비가 내려주니까 더위가 싹 가셔버렸다.
이렇게 날씨가 궂은 날에는 시원하게 조개 맛이 우러난 칼국수를 먹는 맛이 일품인데 내 집에서는 궂은 날에 부침개나 칼국수를 자주 먹는 편이다.
내가 어렸을 때 어머니는 쌀값이 비싸니까 끼니를 대신하기 위해 수제비와 칼국수를 자주 만들어 주셨다.
요즘에는 하얀 밀가루지만 내가 초등학교에 다닐 때는 말분가루라고 하는 붉은 빛이 도는 밀가루를 반죽해서 김치를 송송 썰어 넣고 끓으면 수제비를 떠 넣고 끓여낸다.
맏딸인 나는 어머니가 반죽한 밀가루 덩어리를 가지고 부엌에서 끓는 물에 손으로 늘여가며 떼어 넣는 일을 담당했다. 그래서 수제비를 끓이는 일에는 일가견(一家見)이 있다.
칼국수는 반죽한 밀가루를 양푼에 넣고 차지게 여러 번 치대다가 덩어리를 조금 떼어 커다란 두레상에 올려놓고 기다란 나무밀대로 밀어서 얇고 동그랗게 만든 다음 밀가루를 뿌리면서 계란말이처럼 말아서 칼로 가늘게 썰어낸다.
어머니는 밀가루에 콩가루를 섞어서 반죽을 하셨는데 콩가루를 섞으면 끈기가 있어서 칼로 잘게 썰어놓아도 한참동안 굳지 않고 달라붙지도 않는다.
요즘에는 굳이 집에서 밀가루를 반죽해서 칼국수를 만들지 않아도 시장에서 쉽게 사다 끓여먹을 수가 있어서 여간 편리하지 않다.
나는 팔목이 약한 편이라서 밀가루 반죽을 차지게 하지 못해서 썰어놓은 칼국수를 사다 끓인다.
오늘은 비가 내리니까 남편이 칼국수를 끓여먹자고 했다. 남편은 부엌일을 잘 도와주는 편인데 오늘도 남편이 앞치마를 입고 앞장을 선다. 나는 국솥에 물을 부어서 가스레인지에 올려놓고 ‘블로그’에 올릴 사진을 찍기 위해 디지털카메라부터 찾았다.
내가 식탁 위에 놓여진 재료를 찍은 다음 남편이 썰어놓은 파와 호박과 조갯살을 넣고 물이 끓기 시작하자 썰어놓은 칼국수를 넣고 간을 맞춘다.
나는 밥상 위에 배추김치와 열무김치를 갖다놓고 젓가락을 가지런히 놓았다.
남편이 다 끓었다고 하기에 그릇에 담아서 밥상에 갖다놓으니까 남편이 먹으려고 다가앉는다.
“잠깐만요.”
“또 뭐가 남았어?”
“칼국수를 찍어야지요.”
“또 찍어?”
“아까는 재료를 찍었으니까 이제는 완성품을 찍어야죠.”
남편은 기가 막힌 듯 내가 사진을 찍는 모습만 멍하니 바라보고 서 있었다.
友瑛 2005. July.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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