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언니! 수상(受賞)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
현대사회는 컴퓨터와 인터넷의 보급으로 사이버 상에서 ‘온라인 친구사귀기’가 유행이다. 온라인(On-Line) 친구는 오프라인(Off-Line) 친구에 비하여 공통적인 관심사를 공유(共有)할 수 있어서 유사성(類似性)과 동질성(同質性)이 강하기 때문에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금방 친숙해질 수가 있다.
[다음칼럼]에서부터 친구로 시작하여 알게 된 K언니가 칼럼을 접고 [문학도서관]서재로 자리를 옮긴 후에도 서로 이메일로 소식을 주고받다가 지난 3월에 오프라인에서 처음 만났다. 이미 사진을 통해서 서로의 얼굴을 알고 있었기에 처음 만나는 순간에도 전혀 어색하지 않고 오히려 친숙한 얼굴로 반갑게 만날 수 있었다. 처음 만나는 날 K언니는 언니가 전에 발표했던 시집(詩集)과 언니 글이 실린 문학지(文學誌)를 가지고 나와서 전해주셨다. K언니는 막내딸이어서 동생이 없고 나는 맏딸이어서 언니가 없던 터라 앞으로 서로 의자매처럼 지내기로 약속했다.
엊그제 6월 9일은 언니가 [출판문화회관]에서 제정한 시 부문의 본상 수상자로 결정되어 수상(受賞)을 하는 날이었는데 그날따라 무더위가 기승을 부렸다. 나는 며칠 전에 K언니로부터 이메일로 연락을 받고 K언니의 시상식에 입고나갈 옷이 마땅하지 않아 새로 구입하고 축하의 꽃바구니도 미리 맞추었다.
미장원에서 머리를 다듬고 새로 산 옷을 입고 꽃바구니를 찾아서 들고 전철을 탔다. 평일 한낮이라서 좌석이 많이 비어있었다. 영등포역을 지날 때쯤 삼십대로 보이는 여성이 좌석에 앉자마자 휴대폰을 들고 일본어로 통화를 시작했다.
아! 모시모시. **데스네.(아! 여보세요. **이군요.)
도우모 아리가도우 고자이마스.(대단히 감사합니다.)
하이 하이 요꾸 와까리마스네. ....사요나라.(예 예. 잘 알겠습니다. 안녕히 계세요.)
나는 처음에 그녀가 일본 여성인줄 알았는데 유창한 일본어로 한참동안 통화를 하고나서 잠시 후에는 한국어로 어디론가 통화를 하더니 다음 정거장에서 내렸다. 나는 그녀가 전철에서 내리고 그 모습이 사라질 때까지 바라보면서 외국어로 통역을 잘 할 수 있다는 것이 무척 부러웠다. 나는 현재 중국어를 배우고 있지만 앞으로 그녀처럼 유창하게 해낼 수 있을까?
종로3가에서 내려서 ‘경복궁역’으로 가기 위해 지하철 3호선으로 갈아탔다. ‘안국역’을 지나고 바로 다음이 ‘경복궁역’이다. 경복궁에는 거의 십년 만에 가보는 것인데 예전과 많이 달라져서 지나가는 사람한테 물어서 출구로 나왔다. 인천에서 여유있게 출발했기에 6시 이전에 도착할 수 있었다. 경복궁 입구에서 마주보이는 건물이 [출판문화회관]이다. 이 곳은 문화의 거리로 지정돼 있어서 그런지 높은 건물이 없고 상가도 없고 전시관이나 화랑 같은 건물들이 눈에 띤다.
[출판문화회관]4층으로 올라가니 커다란 화환 앞에 K언니가 나와서 손님을 기다리고 있었다. 언니는 경북 안동에서 여고를 나왔는데 여교동창들과 ‘서라벌예대’ 동창들이 화환을 만들어 와서 양쪽으로 세워져있다. K언니가 작년에 맞이한 며느리와 미국에서 유학중에 다니러 온 따님을 소개하고 인사를 나누었다. 나는 가지고 간 디지털카메라로 K언니와 언니 가족들과도 기념사진을 찍었다.
6시 반부터 시상식이 시작되었다. 언니는 수상자들과 앞자리에 자리를 잡았고 나는 며느리. 따님과 뒷자리에 앉았다. 식순대로 시상식이 시작되었다. 수상자들의 약력과 발표작이 소개되었고 앞으로 나가서 수상소감을 발표하였다. 수상자들의 연세가 이순(耳順)에서 고희(古稀)가 넘은 분도 계셔서 놀랐다. 그 연세라면 공원에서 장기나 두고 계시는 분들이 많은데 시나 소설을 쓰신다는 사실에 무척 감동을 받았다. 언니는 단아한 옥색 한복을 입었는데 단상 앞으로 나가서 짧지만 차분하게 수상소감을 말했다. 수상이 끝나고 수상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가족들과 개인사진을 찍었다. 기념식장에서 K언니는 나와 사진을 찍고 지인들과도 사진을 찍었다.
기념사진을 찍은 후에는 [출판문화화관]측에서 마련한 뷔페음식을 먹지 않고 언니가 미리 예약해둔 식당으로 가서 식사를 하였다. 여고동창과 대학동창생들이 이순(耳順)임에도 모두 젊고 세련된 분들이다. 그 나이에도 의상디자이너나 공인중개사 등 정력적으로 사회활동을 하셔서 그런지 너무 멋진 인생을 살고 있는 것 같다. 몇몇 분이 서로 명함을 교환하고 나도 한 장 받았다. K언니가 친구한테 내가 [다음 블로그]에 글을 쓰고 있는데 열심히 쓴다고 소개하셨다. 나도 가져간 명함을 드렸는데 명함이 모자라서 [블로그 ]주소를 적어드렸다.
식사가 끝나고 담소를 나누다가 식당을 나왔는데 언니가 들어온 꽃이 너무 많다고 내가 가져간 꽃바구니를 도로 주셔서 가지고 왔다. 나는 언니의 수상을 축하해 드리러갔지만 오히려 많은 것을 배우고 돌아왔다. 예전에 들었던 ‘인생은 육십부터’라는 말이 다시금 생각나게 하는 시간이었다.
K언니! 본상 수상(受賞)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友瑛 2005. 6.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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