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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하방

친정아버지의 80세 생신

 

 

                             ♥ 친정아버지의 80세 생신 ♥


 친정아버지는 1929년 충청북도 괴산에서 출생하셨는데 올해 八旬을 맞이하셨다.

 일제 강점기에 초등학교를 졸업하시고 만주로 가셔서 자동차 운전과 정비기술을 배우셨다. 한국전쟁 때는 운전병으로 복무하셨고, 제대 후 트럭과 합승, 시내버스를 운전하셨는데 당시로서는 고급 기술자로 인정받았다.


 아버지는 직업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하셨고, 운전정지 기간에도 운전 외에 다른 일은 하지 않으면서도 가장으로서 권위를 내세우셨다. 나는 아버지가 다른 어떤 막일을 해서라도 가장으로서 충실하시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항상 고생하시는 엄마를 볼 때마다 아버지를 원망하였다. 아버지는 격일로 근무하시고 쉬는 날에는 늘 술에 취해 들어오셨는데 늦게 태어난 막내아들이 소아마비여서 마음을 달래려고 술에 의지하신 것이다. 하지만 나는 사춘기 때는 그런 아버지한테 반항적이었다.

 내가 여고를 졸업하고 이모부님의 주선으로 운수회사에 경리사원으로 입사하여 근무하면서 운전기사가 회사에서는 수입금액 문제로 얼마나 정신적. 육체적으로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직업인지 알게 되었다. 스트레스가 쌓이면 자칫 사고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아버지께서는 환갑이 지나서부터 경제적으로 여유가 생기면서 다정다감한 아버지로 변하셨다. 외손자가 태어나자 유모차를 끌어주시고, 승용차에 태우고 수봉공원을 드라이브하고 떡이나 만두 같은 간식을 사가지고 돌아오셨다. 큰아들은 돌아가신 친할아버지 대신 외할아버지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자랐다.

 하지만 그런 여유는 그리 오래 가지 못했다. 큰 동생이 부모님의 도움으로 사업을 시작하면서 사업 보다는 대인관계에 치중하여 낭비하는 바람에 어렵게 모은 재산이 송두리째 날아가 버렸다.

 

  친정아버지께서 올해 팔순을 맞으셨는데 연세가 있으니까 앞으로 어떻게 될지 몰라서 가족끼리 근사한 뷔페에서 식사를 하기로 하였다. 내가 큰 남동생한테 내 취지를 말하면서 뷔페를 예약하라고 했고, 나는 감사패와 꽃다발을 준비하여 약속장소에 도착했다. 올케가 승용차로 부모님을 모시고 나왔다. 아버지는 관절이 좋지 않으셔서 지팡이를 짚고 걸으신다.


 예약된 테이블에 케이크와 꽃다발을 놓고 디카로 가족사진을 찍고, 남동생이 대표로 감사패를 증정하였다. 2시간 정도 식사를 하면서 아들과 조카들도 모처럼 사촌들끼리 화기애애한 시간을 가졌다.

 내가 계산대로 가서 “계약금을 얼마 걸었어요?” 하니까 “한 푼도 안냈는데요.” 한다. 나는 식사비와 술값과 음료비 전액을 신용카드로 결재했다.

 다시 자리로 돌아와 집에 갈 차비를 하는데 올케가 다가와서 “형님! 죄송해요. **아빠가 요즘 놀고 있어요.”하기에 “ 그래도 내가 여유가 있잖아. 내가 부모님께 효도하고 싶어서 혼자 하려고 했어. 부담 갖지 마.”라고 했다.

 사장님한테 퇴근시간을 앞당기려고 아버지의 생신임을 말했더니 십 만원을 봉투에 넣어 주시기에 받지 않으려고 했더니 “그냥 넣어두세요.”한다. 나는 이 돈으로 미리 맞추어둔 감사패를 찾았다.


 예전에는 딸이 결혼하면 ‘出嫁外人’이라고 했지만 요즘은 우스갯말로 ‘보험’이라고 한다. 딸도 아들과 똑같이 부양의무가 있으니까 아들이 잘못하면 딸한테 의지하는 세상이다.

 나는 한 달에 한 번씩 부모님을 찾아뵙고 돌아오는데 앞으로 남은 여생동안 건강하시기 바라는 마음이다.


                 友瑛 . 2008. July. 28

 

              부모님께 드린 감사패

                      뷔페에서 테이블 셋팅

                부모님과 함께

                      뷔페 밖에서 부모님과

 부모님께 꽃다발 증정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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