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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일일교사 체험기

 

              ♧  일일교사 체험기 ♧

                                            

 오늘은 ‘스승의 날’이다. 예전에는 스승의 그림자를 밟지도 않는다고 했는데 요즘에는 존경받는 스승이라기보다는 하나의 직업인 교직(敎職)으로 인식하고 있어서 선생님의 위상이 많이 격하(格下)되었다. 하지만 IMF 이후 안정된 직장으로서 교직이 많은 인기를 얻고 있다.


 ‘스승의 날’을 맞이하여 학부모가 담임선생님을 대신하여 특별수업을 진행하는 학교가 많다. 나도 지금으로부터 13년 전인 1992년 스승의 날에 일일교사를 한 적이 있다. 작은 아들이 초등학교 4학년 때로 기억된다. 당시 아들은 반장으로 뽑혔는데 나는 한 달에 한번씩 열리는 학부모회의에 참석했고 회의가 끝나면 항상 담임선생님과 대화의 시간을 가졌다. 5월초에 학부모회의가 있었는데 회의가 끝나고 담임선생님이 잠시 기다려달라고 했다. 스승의 날에 각 반마다 반장어머니가 담임선생님을 대신해서 일일교사를 맡아서 한 시간 동안 수업을 진행하게 된다는 것이다. 나는 어려서 선생님이 되고 싶었지만 학생들 앞에 선 적이 없기 때문에 “저는 자신이 없습니다.”라고 했더니 선생님이 “제가 도와드릴테니 해보세요.”하시는 것이었다. 당시 나는 38살이었고 담임선생님은 불혹(不惑)을 조금 넘긴 남자선생님이었다.


 나는 선생님으로부터 색종이를 가위로 오려서 여러 가지 꽃모양 만드는 것을 배워서 집에서 많은 연습을 했다. 나는 유명메이커 제품의 투피스정장을 새로 사고 미장원에서 머리도 손질했다. 드디어 스승의 날이 돌아왔다. 나는 담임선생님으로부터  소개를 받고 교탁 앞으로 나갔다. 수십 명이나 되는 아이들의 시선이 나한테 한꺼번에 집중됐다. 나는 긴장이 되었지만 태연한척하며 간단하게 인사를 하고 수업을 시작했다. 선생님은 교실 뒤편에서 계시다가 웃으시며 슬그머니 밖으로 나가셨다. 아이들은 생각보다 차분하게 수업을 따라주었고, 잠시 후에 담임선생님과 교장선생님이 교실에 들어오셨고 비디오촬영이 시작했다. 나는 그 순간 너무 떨려고 정신이 하나도 없어서 수업을 어떻게 진행했는지 기억나지 않았다. 손에 진땀이 나고 얼굴이 빨갛게 상기되었던 것 같다. 50분 수업이 끝나고 나서 담임선생님이 “생각했던 것 보다 잘 하시던데요?”하면서 위로를 해주셨다. 아들이 집에 돌아오자마자 아이들의 반응이 어떠했는지 물었더니 “엄마, 선생님한테 배울 때보다 더 재미있었대요.”라고 했다. 


 그 후로는 그런 기회가 두 번 다시 오지 않았는데 많은 사람들 앞에서 남을 가르친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가를 깨달았다. 요즘 들어서 교권(敎權)이 하락한 것을 보면서 선생님들이 무척 안타깝기 짝이 없다. [교육부]에서 수능시험의 비중을 줄이고 내신비중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지금까지는 학생들이 학교수업에는 소홀하고 학원 강의에 집중했지만 앞으로는 학교수업에 충실할 것으로 생각된다.


                        友瑛          2005.  May.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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