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커리어 우먼의 당당함 ♣
커리어 우먼(Carrer Woman)은 ‘자신의 직업을 가진 여성’이다.
과거에는 남성이 여성보다 가정에서 특별한 대접을 받으면서 자랐고, 사회에서도 우월한 위치에 있었다.
불과 한 세대 전인 내가 결혼할 당시만 해도 교사와 공무원, 소수의 전문직 여성을 제외한 대부분의 여성은 결혼과 동시에 직장에 사표를 써야 했다.
또한 결혼 후에는 시댁의 가풍에 따르고 시부모님과 남편 형제와의 관계를 돈독하게 하는 역할을 하는 것만이 여성으로서 최상의 성공된 삶이라고 생각했다.
핵가족화가 보편화되면서 부모들은 자녀를 적게 낳아 기르면서 아들과 딸의 차이를 두지 않고 교육의 수혜를 받을 수 있게 되면서 고학력 여성들이 증가하였다.
이렇듯 고학력 여성들은 사회에서도 남성들과 동등한 자격으로 승진을 하고 경제력을 갖춘 커리어 우먼으로 거듭 태어났다.
특히 1997년에 일어난 IMF는 결혼 후 가정에서만 안주하던 여성들을 가정 밖으로 나올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 주었다.
하지만 고학력 여성이라도 결혼과 육아로 인하여 경력이 단절되면 예전과 같은 위치에서 근무하기가 어려워진 것이 현실이다.
그렇다보니 여성들이 결혼을 하더라도 출산을 기피하는 경우가 많다.
나는 결혼 전에는 서울에서 최상위에 속하는 버스회사의 경리과에서 근무했지만 결혼하면서 퇴직해야 했다.
당시는 여성이 결혼하면 직장에서 근무하지 못하는 시대였다.
결혼 후 전업주부로 두 아들을 키우다가 남편이 연이어 사업에 실패하면서 가정형편상 맞벌이를 해야 하는데 경리사원으로 취업할 수 없었다.
그래서 집근처 전자회사에서도 근무했고, 2007년 1월에 생활정보지를 보고 지금의 대리점 경리사원으로 재취업을 할 수 있었다.
법인이 아닌 개인대리점이라 대표님과 직원은 나 혼자라서 재고관리부터 계산서를 발행하고 거래처관리까지 담당하고 있다.
일 년에 서너 번 정도 휴일에도 거래처에서 벨트가 끊어져서 기계가 멈췄다고 연락이 오면 출근해서 벨트를 판매한다.
오늘도 오전에 염색하려고 준비 중인데 서울에 거주하는 대표님이 전화로 “잠깐 출근할 수 있어요? A목재에서 V벨트 5V-1470이 6개 필요하다고 하는데 못 오면 내가 인천에 갈게요” 하셔서 “아닙니다. 다녀오겠습니다.”하고 내 컴퓨터에서 사무용 USB를 꽂고 재고를 확인하니까 재고수량이 있다.
대표님한테 재고가 있다고 문자로 보고하고, 화장을 하지 않고 마스크만 쓰고 매장에 다녀왔다.
인천산업유통단지는 평일에는 사람들과 차들이 북적대지만 휴일에는 몇 군데만 제외하고 매장이 닫혀있어서 한산하다.
날씨가 눈부시게 화창하다.
A목재는 평소에 남자 직원이 벨트를 사러 왔는데 직원과 통화하니까 “오늘은 제가 휴무여서 이사님이 가실 겁니다.”라고 한다.
나는 벨트와 거래명세서를 출력해서 준비해놓고 이사님을 기다리는데 50대 중반쯤 되는 여성이 선글라스를 머리에 쓰고 아이스커피를 들고 매장으로 들어온다.
소위 말하는 부티가 나고 아우라가 대단하다.
나는 남자 이사님이 올 줄 알았는데 여성이라 놀라기도 하면서 “혹시 A목재 이사님이세요?” 하니까, “네. 오늘은 김대리가 쉬는 날이라 제가 왔어요. 휴일에 나오시게 해서 죄송해요.”한다.
나는 괜찮다고 하면서 커피를 건네받고, 벨트를 건네고 매장 밖까지 따라 나가서 인사했다.
멋진 중형차를 타고 선글라스를 쓰고 운전석에 앉아서 돌아가는 모습을 보면서, 성공한 커리어우먼의 당당한 모습에서 순간 작아지는 내 모습을 감출 수가 없었다.
友瑛. 2022. 04. 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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