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어머니와 며느리 ♠
시어머니와 며느리를 고부(姑婦)라고 부른다.
예전 같으면 고부사이가 낯설게만 느껴졌는데, 요즘은 며느리를 가리켜 “딸 하나 생겼다.”고 말한다.
하지만 내가 낳은 딸은 아니다.
아들이 사랑해서 결혼해서 함께 살고 있으니까 딸처럼 아껴주라는 말일 것이다.
나는 아들만 둘 낳았는데, 작은아들한테 여자 친구가 생겨서 먼저 결혼하고 큰아들은 아직 미혼이다.
며느리를 본 지가 6년이 됐는데 아직도 예의를 갖추면서 살고 있다.
내가 결혼해서 시가에 다니러 가면 시어머니가 원래 털털하고 격식을 차리지 않는 분이라고 하지만 항상 일상복 차림으로 맞으셨다.
시가는 단독주택에 살고 있었는데, 방 안에는 요강이 놓여있었고 제때에 치우지 않아서 오줌 냄새가 진동했다.
큰며느리와 함께 살고 있었지만 직장을 다니지 않으면서도 어머니한테 살림을 맡겨놓고 밖으로 나돌았다.
시어머니는 방 청소를 거의 하지 않았는데 큰며느리가 해주지 않으니까 늘 지저분했다.
작은며느리인 나는 옷을 싸가지고 가서 갈아입고 어머니 방부터 청소하고 나서야 음식을 거들었다.
그런 기억이 있어서 나는 며느리를 보게 되면 시어머니의 자존심을 지키겠다고 다짐했다.
작은아들내외가 한 달에 한 번 집에 다녀간다.
나는 아들이 오는 휴일에는 집 청소를 해 놓고, 화장을 곱게 하고, 옷차림도 외출복으로 입고, 평소 사용하지 않는 고급그릇을 꺼내어 놓는다.
내가 음식을 미리 만들어 놓고 며느리한테 항상 손님처럼 대하니까 집에 오면 할 일이 없다.
나는 멀리서 다니러 왔으니 먹고 쉬다가 돌아가라고 한다.
며느리한테 차려놓은 음식을 상에 세팅하거나, 과일을 깎는 정도만 시킨다.
시어머니가 말이 많다고 할까봐 말을 많이 시키지 않고 안부를 물을 정도만 말한다. 며느리도 행동을 조심스러워 하고 예의가 바르다.
함께 TV를 보면서도 대화를 거의 하지 않고 TV를 보는 데 집중한다.
아들내외가 집으로 돌아갈 때는 집에서 만들어 놓은 음식과 사온 과일을 싸서 보낸다.
내가 친구를 만나서 이런 얘기를 들려주면 “너무 며느리한테 잡혀 사는 것이 아니냐?”고 하는데 결코 아니다.
다른 친구는 “네 며느리가 시집에 와서 숨이나 편하게 쉴 수 있겠니? ”하고 말하기도 한다.
내가 과거에 시어머니한테 보고 느꼈던 생각을 반면교사(反面敎師)로 삼는다.
내가 만일 딸이 있다면 옷차림도 편하게 하고, 딸한테 부엌일도 시키면서 수다를 풀었을 것이다.
友瑛. 2019. 11. 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