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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남편의 인심

                           ♠ 남편의 인심

 

남편은 막내인데 적극적인 성격으로 친구가 많은 편이다.

나하고 연애할 때 많은 친구들을 소개하면서 늘 식사비용을 혼자 부담해서 나는 부잣집 아들인줄 알았다.

남편은 사람은 좋은 데 실속이 없어서 결국 결혼비용을 준비하지 못해서 사글세로 시작했다.

돌아가신 시어머님도 동네 사람들을 불러 모아 식사를 대접하고, 지나가는 걸인도 그냥 보내지 않았다고 한다.

그래서 시어머니가 돌아가신 후 인정이 많다고 칭송하는 얘기를 들었다.

 

남편의 후한 인심은 시어머니를 닮은 것 같다.

IMF이전에 사업이 잘 될 때는 친구들을 만나면 1차와 2차까지 비용을 부담하여 물주노릇을 충분히 했다고 한다.

형님과 동업을 하면서 돈은 남편이 대고 돈 관리는 형님한테 맡겼다.

형수가 돈을 함부로 사용하여 남편이 빚을 혼자 떠안게 되었고 아직까지도 빚을 갚아나가고 있다.

 

남편은 취미로 낚시를 즐긴다.

남편이 가입한 낚시회에서 전라도 섬 근처로 배낚시를 가면 낚시에 미끼를 끼워서 한 마리씩 잡아 올린다.

낚시를 하여 아이스박스에 우럭을 가득 잡아오면 친구들한테 선심을 쓰느라 집에서는 많이 먹지 못한다.

 

내가 남편한테 힘들게 잡아서 냉동실에 두었다가 두고두고 먹으면 되는데 왜 항상 친구들이나 친척들한테 나누어 주느냐?”고 하면 생선을 냉동실에 오래 두면 맛이 없고, 다음에 가서 또 잡아오면 된다.”고 한다.

 

남편이 설날을 앞두고 낚시를 다녀왔다.

연휴기간에 우럭을 다듬어서 소금에 재었다 그물망에 널어 말려서 비닐 팩에 두 마리씩 포장하여 김치냉장고에 보관한다.

남편은 친구 P한테 우럭을 주었는데 다음날 총각김치와 직접 만든 손만두와 밤을 삶아서 얼린 것을 가져왔다.

친구가 생선을 자주 얻어먹으면서 고맙다는 표시를 한 것이다.

하지만 다른 친구들은 늘상 받으면서도 말로만 고맙다고 할 뿐 콩 한 쪽도 주지 않는 친구가 더 많다.

우리 가족은 남편의 후한 인심 때문에 부자가 되지 못하고 두 아들한테도 넉넉하게 용돈도 제대로 주지 못했다.

두 아들은 남편과 달리 지독하고 생활력이 강하다.

 

友瑛. 2016. February.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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