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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저장강박증

 

                         ♣ 저장 강박증

 

사람은 누구나 자신의 물건을 소중하게 생각하고 간직하고 싶은소유욕(所有慾)이 있다.

소유욕과 달리 저장강박증(貯藏强迫症)자신의 물건에 지나치게 애착을 가지고 사용하지 않거나 불필요한 것들까지도 쌓아두는 것을 말한다.

추억이 깃든 소중한 물건이라도 일상생활에 불편을 주고 장애로 나타날 때 저장강박증의 시작이 된다고 한다.

언젠가 방송을 통해서 모 여자연예인이 집안에 자신의 물건을 너무 많이 쌓아놓아 저장강박증이라는 소견을 들었다.

나는 집에서도 지난 달력 뒷면을 연습장으로 사용하고, 직장에서도 프린터 한 자료가 필요가 없게 되면 이면지로 활용한다.

 

나는 어려서 너무 가난했기 때문에 집에 쌀도 한 되 두 되씩 사다 먹고 국수와 수제비로 끼니를 이어갔다.

돌 사진은 물론 학창시절에도 사진도 없고,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교복을 벗으면 사복이 없어서 엄마의 월남치마를 함께 입곤 했다.

나는 그것이 한이 돼서 여고 졸업 후부터 군것질은 하지 않아도 옷차림에 신경을 쓰고 사진도 많이 찍기 시작했다.

결혼 후 먹을 것은 아껴도 아이들한테 사진을 찍어주고 옷차림은 허름하지 않게 살아왔다.

 

지난겨울 내가 1995년에 구입한 갈색 세무코트는 품이 크게 나와서 66사이즈로 아직도 입을 수가 있지만 너무 오래 두었더니 색상이 탈색되어 단골 세탁소에 가서 검정색으로 물을 들여 달라고 가져갔다.

세탁소 주인이 사모님! 가죽 염색비가 너무 비싸요. 차라리 버리시고 조금 보태서 새로 사는 것이 좋겠어요.”하기에 웃고 나와서 아파트 헌 옷함에 버렸는데도 아쉬움이 남았다.

 

내가 돈을 들여서 구입한 것은 아깝게 생각하여 쉽게 버리지 못하기 때문에 지금은 해당 메이커가 없어졌지만 십 수 년 전에 구입한 제품도 그대로 있다.

홈쇼핑에서 물건을 구입하면서 받은 사은품도 요긴하게 사용하고 있다.

아이들이 학교에서 받은 상장과 받아쓰기 노트도 각각 종이 박스에 이름표를 붙여서 보관하고 있다.

요즘은 여름에서 가을로 계절이 바뀌는 중이다.

나는 옷장과 서랍을 정리하면서 여름옷은 안쪽하게 넣어 두고 앞으로 입을 옷을 앞쪽으로 꺼내어 유행이 지났는지 몸에 맞지 않는지 입고 거울에 비추어 본다.

내가 버리는 것은 유행이 너무 뒤쳐져서 입을 수 없거나 치수가 너무 작은 경우 외에는 전부 보관하고 있다.

 

직장생활을 하고 동창생 모임에 가면서 같은 옷을 계속 입을 수 없어서 홈쇼핑이나 매장에서 중저가 제품으로 하나 둘 씩 사서 입는데 요즘은 품질이 좋다보니 쉽게 해지지도 않는다.

딸이라도 있으면 같이 입겠지만 아들만 둘이니 보관하고 있다가 가끔씩 동생 같은 지인들한테 어울리는 것을 골라서 갖다 주면 고맙다고 한다.

 

내가 살고 있는 아파트가 재건축 승인이 나서 분양신청까지 마친 상태다.

요즘 건축경기가 좋지 않아 이주가 자꾸 미루어지는데 작년부터 싱크대 후드가 고장이 나도 그냥 두었다.

아무래도 1~2년은 더 지나야 이주결정이 날 것 같다고 해서 제알 싼 것으로 우선 상부만 모두 교체했다. 그릇을 꺼내어 씻어서 다시 정리하려니까 내가 결혼할 때 혼수로 가져온 홈세트도 남아있다.

남편이 오래된 그릇은 치우라.”고 하는데 나는 차마 버리지 못하고 세제로 깨끗하게 닦아서 다시 싱크대 안으로 넣었다.

 

友瑛. 2012. September.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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