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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명품 앓이

                          ♣ 명품 앓이 ♣


 여성에게 있어서 가방은 차림새를 마무리하는 ‘패션의 완성’이다.

 여성은 머리를 만지고 화장한 후 손에 든 것이 없으면 어딘지 허전해 보인다.

 직장여성들은 물론이고 전업주부의 경우에도 가까운 슈퍼나 마트에 갈 때 작은 크기의 손가방이나 지갑을 가지고 간다.

 중년여성들은 작은 지갑과 화장품, 여성용품 등을 넣을 수 있는 크기가 중간사이즈의 토트백을 선택하고, 젊은 직장여성과 여대생들은 A4파일이나 책이 들어갈 수 있는 숄더백을 선호하는데 이들 여성들의 손에는 흔한 명품가방이 들려있다.

 최근에는 명품가방이 없는 여성들이 명품가방을 담는 종이백을 수 만원을 주고 사서 들고 다니기도 한다.


 ‘베블런 효과(Veblen Effect)’는 ‘가격이 오르는데도 자기 과시욕과 허영심으로 수요가 줄어들지 않고 오히려 증가하는 것’을 말하는데 무조건 남의 소비경향을 좇아간다고 해서 ‘소비편중현상’이라고도 한다.

 현재 대한민국은 명품시장의 블루칩으로 떠오르고 있다.

 샤넬 등 명품 제품을 제조하는 업체에서는 한국의 명품열풍에 놀라고 있다고 한다. 한국은 지금 온 국민이 ‘명품 앓이’에 빠져있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과거에 부유층과 전문직의 전유물이던 명품소비가 중산층과 대학생까지 확대되었다. 사회 전반적으로 소득수준이 향상되면서 명품에 대한 인식과 눈높이가 달라졌다.

 우선 명품을 착용하면 다른 사람들이 “저 사람은 성공한 사람이구나.”라는 부러운 시선으로 바라보는 사회분위기가 명품을 선호하게 만든다.

 반면 명품을 가지지 못한 사람들이 상대적 박탈감과 패배의식을 가지고 있다.

 요즘은 연인뿐만 아니라 부부 사이에서도 결혼기념일이나 출산 기념을 맞아 명품을 주고받는 경우가 허다하다.

 우리나라가 장기적인 불황 속에서 명품이 불티나게 잘 팔리는 이유는 자신의 경제력과 상관없이 체면을 중시하기 때문이다.


 요즘 40~50대 여성들은 전문직종이나 직장 등 사회생활을 계속하면서 경제력이 생겼다. 전업주부도 자식을 다 키우고 자신을 돌아볼 나이가 되면서 자신한테 투자를 하는 추세다.

 정기적인 동창회나 친목 모임을 갖고 취미생활을 하는 여성들이 늘고 있다.

 여성들이 동창회에 참석할 때 자신이 가지고 있는 옷이나 구두, 가방 중에서 가장 좋은 것을 선택한다. 여성에게 있어서 명품가방은 성공한 결혼만큼이나 소중하게 생각한다.

 중년여성들은 나이가 들면서 얼굴 주름과 탄력을 잃은 몸매를 다른 것으로 커버하기 위해 무척 신경 쓰고 있다.

 명품을 걸치면 자신도 모르게 힘이 들어간다고 한다. 여성들은 명품가방을 통해서 자신감과 존재감을 느껴보려고 반찬값을 아꼈다가 큰맘 먹고 구입하기도 한다.


  최상급의 명품은 천만 원을 호가하는데 로고가 겉으로 드러나지 않지만 어딘지 다르기 때문에 명품 매니아들이 금방 알아본다.

 명품매장에서는 다양한 레벨(Level)이 있다.

 유명 스타와 재벌가에서 인기가 높은 ‘에르매스’의 ‘버킨백’을 소유하기 위해서는 예약을 하고 1~2년 이상 기다림 끝에 받아볼 수 있다. 중고 명품도 희소성 때문에 없어서 못 팔정도이고 6개월을 기다려야 한다고 한다.

 

 남성은 동창생을 만날 때 멋진 자동차로 자신의 위치를 알린다. 초등학교 동창회에 가면 남자동창생들이 다양한 차를 타고 나타난다.

 남자는 자동차 다음으로 명품시계를 선호한다. 명품시계는 남자한테 있어서 지위와 신분. 품격을 대신해준다고 믿고 있다.

 수백만원짜리 명품을 가질 수 없는 사람들은 수 십 만 원짜리 일본산 짝퉁시계를 선호하고 있다고 한다.

 

 학창시절에 공부를 잘하고 못하고 가난하게 살았던 것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현재 어떤 위치에 있고 어떻게 살고 있는지가 그 사람의 평가가 되는 것이다. 그래서 형편이 어려운 친구들은 동창회에 나오려고 하지 않는다.

 동창회나 결혼식에 가면 여성들이 명품가방 하나 정도는 다 가지고 있다.

 자신이 구입한 경우도 있지만 남편이 생일선물로 사주거나 딸이 결혼을 앞두고 시어머님 예단으로 명품가방을 사다 드린 경우도 있고, 아들이 결혼할 때 며느리가 예단으로 명품가방을 사온 경우도 있다.

 예단(禮單)은 ‘혼례식에 있어서 성인 남녀가 서로 주고받는 물건’을 말한다.

 요즘은 남자 집에서 신부 부모한테 ‘꾸밈비(시집에서 예단비를 받고 신부집에 일부를 돌려주는 돈)’로 명품가방을 선호한다.


 외국에서 공항에 입국할 때 친정어머니나 시어머님한테 드릴 선물로 명품가방을 가장 많이 구입하는데 일정금액 이상으로 구입하고도 세관에 신고를 하지 않아 적발되어 유치된 경우가 많다고 한다.

 유치된 명품가방 중에는 오백만 원 이상에서 5천만 원짜리까지 비치돼 있어서 서민들한테는 위화감을 조성하기도 한다.


 한 친구가 여성이 든 가방이 명품인지 짝퉁인지 아는 방법이 있다고 한다.

"비가 오는 날 우산이 없는데 가방을 옷으로 감싸면 명품이고, 가방으로 머리를 가리면 짝퉁"이라고 해서 웃었다.

 나는 딸이 없고 아직 며느리도 얻지 않았고, 남편이 사다 주지 않아서 명품가방이 없다.

 홈쇼핑에서는 명품가방을 직수입하여 백화점 보다 저렴한 제품을 팔고 있는데 최근에 나도 중저가 명품 숄더백과 빅백을 구입했다.

  

 友瑛. 2011. October.10

 

  여동생이 보내준 코치백

 

   홈쇼핑에서 구입한 클라쎄백

               로고가 박힌   백을 보호하는 더스트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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