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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 이야기

아버지의 유산

  

 

                                                     ♥ 아버지의 遺産 ♥


 친정아버지가 돌아가신지 50일이 지났다. 아버지는 생전에 요한이라는 세례명을 받아서 천주교식으로 장례를 치렀다. 장례를 치르고 돌아와서 어머니가 아버지의 유품을 정리하는데 장롱 속에서 붓글씨로 쓴 한지 4장과 미화 550달러가 나왔다고 한다. 누렇게 바랜 한지에 쓰인 글씨는 家訓이라는 제목으로 부모와 자녀가 행하여야할 좋은 내용이 적혀있다.


            ♥ 家訓 ♥


子女는

1.忠孝와 더불어 마음을 항상 所重히 하며 勤儉節約하라.

2.先祖의 仁義禮智를 기리며 修身齊家로 社會에 奉仕하는 사람이 되라.


父母는 

1.家庭과 家門의 名譽와 和睦에 熱과 誠意를 다하라.

2.子女의 가르침은 바르고 嚴格하되 財物의 물림보다 敎育에 置重하라.


 어머니는 아버지가 돌아가시기 전에 장롱을 자주 가리키시면서 무언가 말씀을 하시려고 했다는데 자식들 4남매한테 나누어주시려고 똑같은 내용을 만들어가지고 계셨던 것이다.

  아버지가 직접 붓글씨로 쓴 것은 아니지만 아버지의 자식사랑을 느낄 수 있는 소중한 유산이다. 나는 표구점에서 가훈을 액자로 만들었다.

 100달러짜리는 어머니가 워싱턴에 살고 있는 여동생 집에 갈 때 사용하기로 하고 1달러짜리는 기념으로 형제들이 한 장씩 나누어 가졌다.


 아버지는 초등학교만 졸업했지만 공부에 恨이 많아서인지 책을 무척 좋아하셨다. 내가 책을 좋아하고 글쓰기를 좋아하는 것은 아마도 아버지의 성향을 닮은 것 같다.

 아버지는 친정엄마한테는 냉정하고 엄격한 사람이었지만 자식한테는 큰소리 한번 치지 않으셨다. 서점에서 수필집을 사다 읽으신 후 딸한테 좋은 내용이 많으니 읽어보라고 책을 주기도 했고, 연말에 가계부를 사서 딸과 며느리한테 나누어주셨다.


 천주교에서는 49제 대신 50제에 미사를 행하는데 7월8일이 목요일이라 미사를 집전하지 않아서 친정에서 제사를 지냈다.

 아버지의 영정을 뵈니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이 새롭다.

 아버지께 정성껏 제사를 지내고 아버지가 계신 납골당으로 향했다. 전에는 새로 지은 납골당이라 유골함이 텅 비어있었는데 가득 차 있고 검은색 상복을 입은 가족들이 보였다. 유골함은 사물함처럼 돼 있어서 꽃을 꽂을 수가 없다.

 납골당 주위에는 가족들이 쉬어갈 수 있도록 벤치가 설치되어 있고 공기가 맑고 양지바른 터가 맘에 든다. 가족이 18기까지 사용할 수 있는 가족 납골묘를 새로 짓고 있는데 2~3년 후에 완공된다고 한다. 남동생이 미리 예약해 두었다가 완공되면 아버지를 먼저 모시려고 한다.


       友瑛. 2010. July.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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