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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신 도시락족

  

 

                            ♣ 新 도시락 族 ♣


도시락은 ‘집 밖에서 간단히 요기할 수 있도록 밥과 반찬을 간편하게 휴대할 수 있는 용기’를 말한다.

 1900년대 초에 알루미늄이 생산되면서 도시락으로 사용되기 시작했는데 내가 학교에 다닐 때만 해도 대부분 노란색 양은도시락을 가지고 다녔고 후에 스텐리스가 생산되면서 스테인리스 보온도시락이 보급되었다.

 경제가 어렵고 먹을거리가 부족한 시절이라서 보리가 섞인 혼식에 김치를 작은 병에 담아 가지고 다녔는데 집안형편이 조금 나은 아이들의 반찬은 콩자반, 멸치볶음, 계란 프라이, 어묵조림을 곁들였다.

 나는 초등학교 저학년 때 도시락을 싸가지고 갈 형편이 안 돼서 옥수수가루를 쪄서 만든 빵을 배급받기도 했다.

 겨울철에는 장작을 때는 난로 위에 양은도시락을 올려놓으면 아래에 쌓은 도시락은 누룽지가 되고 중간은 금방 지은 밥처럼 따끈했다.


 요즘 학생들은 학교에서 급식을 시행하여 도시락을 가지고 다니지 않아도 되지만, 내 아이가 고등학교에 다닐 1990년대 말까지는 도시락을 2개씩 가지고 다녀서 매일 아침이면 두 아이의 도시락 4개를 싸는 것이 큰 고민거리가 되었다.

 점심은 플라스틱 도시락에 싸고 저녁 야간자율학습 시간에 먹을 것은 보온도시락을 사용했다. 보온도시락은 음식이 식지 않도록 오랜 시간 보온을 유지시켜주어 도시락으로 각광받았다. 아들이 무거운 책가방에 도시락 2개씩을 가지고 등교하는 일도 고역이어서 어떤 날은 도시락을 하나만 싸고 저녁에는 빵과 우유를 사먹기도 했다.


 1997년 IMF 이후 한 번 내리막길에 들어선 경제가 좀처럼 회복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2차 IMF를 맞았다고 할 만큼 불황의 골이 깊어졌다.

 중산층이 무너지면서 너나 할 것 없이 가정에서도 긴축정책을 펼치고 있다. 학생들이 학교 식당에서 급식을 하는 대신 직장인들이 경제적인 절약과 직장에서 식당까지 오가는 시간을 절약하기 위해 도시락을 선호하는 추세(趨勢)라고 한다.


 ‘도시락 族’이 점차 증가하면서 도시락 생산업체에서도 플라스틱, 강화유리, 스테인리스 등 다양한 재질과 디자인의 도시락을 생산하고 있다.

 투명한 유리로 된 도시락은 직장에서 전자레인지에 데워먹을 수 있고 보기에도 깔끔해서 많은 사람들이 선호하는 편이다.

  도시락을 지참하는 남자가 증가하면서 세련된 도시락가방도 나왔는데 도시락을 먹고 반으로 접을 수 있다. 도시락 용기 디자인도 다양해서 반찬이 필요 없는 김밥전용도시락과 볶음밥용으로는 햄버거모양이 나와 있다. 여성들은 파우치 형태의 도시락 가방을 선호한다.


 내가 재학 중인 방송대학교에서도 도서관에 공부하러 갈 때 전에는 근처 식당이나 매점에서 컵라면으로 점심을 해결했는데 도시락을 지참하는 학우들이 늘고 있다. 그들은 보온병에 커피를 타오고 생수도 집에서 정수기 물을 담아오기도 한다. 학생 휴게실에서 삼삼오오 모여서 도시락을 먹으면서 책을 읽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다.

 

           友瑛. 2009. June.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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