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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 이야기

추석과 성묘

 

                                       ♣ 秋夕과  省墓 ♣


 성묘는 後孫들이 祖上의 산소를 찾아 돌보는 일이다.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유래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유교적인 전통이 남아있다. 그래서 명절만 되면 귀향길에 나서는 민족 대이동이 시작된다.


 나는 어제 추석을 맞아 아침을 먹고 남편과 큰아들을 따라 시아버님 성묘길에 따라나섰다. 남편은 작은 아들이지만 長子인 시숙이 성묘에는 무관심하여 항상 혼자 벌초를 담당해 왔다. 시숙을 닮아 장조카도 둘씩이나 있지만 해마다 추석이 되면 성묘를 가지 않으려고 아르바이트를 해야 한다며 핑계를 대고 성묘에서 빠지곤 했다. 그래서 늘 남편과 아들만 성묘를 다녀왔다. 2002년 시어머님이 돌아가시자 火葬을 하여 유골함을 들고 시아버님 산소를 잠시 들렀다가 친정인 강화에서 뿌려졌는데 나는 그후 5년 만에 따라나선 것이다.

 

 모처럼 추석 연휴가 길어서 직장인들은 조상의 묘소를 찾아뵐 수 있는 시간이 많다. 백운 전철역에서 내려서 이십여 분을 걸어가니 ‘인천가족공원(舊 공동묘지) 방문을 환영합니다.’라는 현수막이 보인다. 입구부터는 차량 진입이 되지 않아 길가에는 승용차들이 무질서하게 세워져 있고, 횡단보도는 신호등을 따르지 않고 전경이 수신호로 차량과 사람들을 통과시키고 있었다.

 입구부터 꽃과 약주, 돗자리 등을 파는 노점상들이 줄지어 있고 그 사이로 성묘를 하러 들어가는 사람들과 성묘를 마치고 나오는 사람들이 방향의 구분 없이 밀려다닌다. 서로가 좌측통행을 하면 부딪치지 않고 빨리 갈 수 있을텐데 무질서의 극치를 보는 것 같다. 우리 가족도 중간 쯤에서 약주와 돗자리, 국화꽃을 사고 낫과 커다란 풀 베는 가위를 빌려서 중턱에 위치한 시아버님 산소를 찾아 올라갔다.


 1년 만에 찾아가니까 산소에는 풀이 무성하다. 남편과 큰아들은 음료수만 마시고 곧장 벌초를 시작했다. 남편이 낫으로 큰 나뭇가지를 대충 치고 나서 큰아들이 가위로 마무리를 하는 것이다.

 나는 산소 위 그늘진 곳에 앉아 디카로 남편과 아들이 벌초하는 모습을 찍었다. 산소 주위에서는 다른 가족들이 서너 살짜리 손자까지 동행하여 三代. 四代가 함께 성묘를 하는 모습이 존경스럽다. 그 어린 손자도 이 다음에 부모가 늙으면 자신의 부모가 하던 방식대로 代를 이어서 할 것이다.

 어느 묘소에는 중년 남자 혼자 찾아왔다가 성묘를 하고 앉아있다가 조용히 가버린다. 


 시아버님 산소의 벌초가 끝나고 돗자리를 펴고 준비한 전과 과일을 놓고 남편과 아들이 절을 하고 마지막으로 내가 절을 올렸다.

 돗자리에 앉아서 쉬고 있는데 중년 남자가 다가오더니 “이 묘소는 잔디를 입혀야 할 것 같네요.”하면서 명함을 내민다. 명함을 보니 비석이나 봉분 등 묘지공사 대행 업체의 직원이다. 남편이 내 눈치를 보면서 “얼마면 되나요?”하니까 “사십만원입니다.”한다.

 내가 “내년 한식(寒食) 때 잔디를 입힐테니까 잘 해 주세요.”했더니 인사를 하고 돌아갔다. 작년에도 남편이 잔디를 입혔으면 했는데 내가 “형님이 있는데 왜 당신이 걱정을 해요?”라고 말한 적이 있다. 막상 아버님 산소를 보니 잔디 사이로 흙이 많이 나와 있어서 마음이 편하지 않았던 차에 그 남자가 다녀간 것이다.


 시아버님이 1974년에 돌아가셨는데 나는 결혼 전이어서 사진으로만 얼굴을 뵈었을 뿐이다. 그래서 비석도 마모가 되었고 상석의 콘크리트도 지저분하다. 내가 “상석을 대리석으로 하면 어떻겠어요?”하니까 “지금 그대로 두었다가 이장하라고 하면 화장해서 납골당으로 모시자.”고 한다.

 내년 한식에는 시숙한테 알릴 것도 없이 시아버님 산소에 잔디를 입히는 날 아들을 데리고 남편을 따라 다시 찾아갈 것이다.

나는 성묘객들이 끊임 없이 찾아오는 것을 보고 아직은 우리나라의 미풍양속이 사라지지 않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友瑛. 2007. September. 26

      

 남편과 큰아들이 풀이 무성한 산소에서 벌초하고 있다.

 

 이제 봉분의 윤곽이 보입니다.

 

 이제 마무리까지 깔끔하게  벌초가 되었다.

아버님 이제는 시원하시죠?

 멀리 보이는 인천가족공원 모습

 돗자리를 펴고 차롓상 준비중

 남편과 아들이 절을 올리고 있다.

 절을 올리고 나서 일어서는 모습

아버님 산소

아버님 안녕히 계세요.

내년에 또 찾아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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