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學閥社會와 學歷 콤플렉스 ♣
콤플렉스(Complex)는 ‘어떤 것에 대하여 고정관념이나 강박관념 등 복합적인 이상심리 상태를 나타내는 말’이다.
우리나라에서는 儒敎思想을 숭상하여 글을 쓰고 배우는 선비 계층을 높이 평가하였기 때문에 한 집안에서 과거에 합격하고 벼슬길에 나서게 되면 가문의 영광으로 생각하였다. 요즘도 직업에 귀천이 없다고 하지만 선비 ‘士’字가 들어가는 辯護士와 스승 ‘師’字가 들어가는 醫師, 韓醫師, 敎師 그리고 判事, 檢事라는 직업을 선호하고 있다. 이러한 직업들은 학교에서 석차(席次)가 상위권에 드는 우수한 학생들이 지원하고 있고, 입학생 정원이 적기 때문에 희소가치가 있어서 졸업 후에 직업에 대한 보장 또한 안정적이다.
요즘 매스컴에서 큐레이터 아르바이트생이었다가 가짜 學歷으로 동국대학교 교수가 된 신정아씨의 가짜학력 문제로 논란이 되고 있다. 비록 學歷은 가짜였지만 學力이 있었기에 학생들을 가르칠 수 있었을 것이다.
라디오 'Goodmorning Pops'의 진행자였던 스타 영어강사 이지영씨도 대학교를 졸업하지 않았지만 피나는 노력으로 영어공부를 하여 學力을 쌓았다.
인기 만화가인 이현세씨도 고졸학력을 대학 중퇴로 속였다가 최근에 사실대로 고백하였고, 개그맨 출신 영화감독 심형래씨는 명문 K대 출신이라고 했지만 사실이 아니라는 說이 난무하고 있다.
연예인 중에는 명문대학교 출신이라는 타이틀로 인하여 後光을 얻는 경우가 많다. 이들에게는 서울대 출신 미스코리아 이하늬씨, 서울대 출신 탤런트 김태희씨 등 이른바 SKY(서울대학교, 고려대학교, 연세대학교)출신이라는 수식어가 반드시 따라붙고 어디를 가든지 대접을 받고 있다.
요즘에는 TV방송에서 연예인들이 출연하여 퀴즈를 맞추는 프로가 많다. 연예인 중에는 명문대학교 출신이 아니지만 상식이 풍부하여 퀴즈를 잘 맞추는 사람도 있다. 또 일반인이 출연하여 퀴즈를 맞추고 퀴즈영웅의 반열(班列)에까지 오르는 사람이 있다. 대학교를 졸업하지 않은 사람이 명문대 학생이나 전문직에 종사하는 사람과의 대결에서 퀴즈를 맞추고 이기는 경우 수많은 찬사가 쏟아진다.
명문대생이나 전문직 종사자라 할지라도 자신이 전공한 분야를 벗어나면 상식에 취약할 경우가 있지만 많은 사람들은 그들을 만물박사로 착각하고 있다.
내가 중학교에 다닐 때만 해도 學力平準化가 되기 이전이어서 입학시험을 치르고 중학교에 들어갔다. 그때는 중학교 시절부터 名門과 非名門으로 나뉘어져 있어서 몇 년 후 학생들한테 위화감(違和感)을 야기시킨다는 이유로 평준화로 바뀌었는데 결과적으로 學力低下現狀이 나타났다. 요즘은 고등학교에 자립형 특목고가 생겨나서 우수한 학생들이 많이 지원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특히 학부모의 교육열이 높다. 요즘처럼 가정경제가 어렵다고 하지만 학생들의 학원비와 과외비 같은 사교육비는 전혀 줄어들지 않고 있다. 그래서 요즘 방영되고 있는 ‘강남엄마 따라잡기’ 드라마에서는 자식을 강남에 있는 고등학교에 보내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고, 비싼 사교육비를 마련하기 위해 엄마가 노래방 도우미 아르바이트를 하다 경찰의 단속에 걸리는 헤프닝도 보여주고 있다. 제비와 바람이 나서 캬바레에 들어갔다가 단속에 걸렸다면 비난을 받아도 당연하겠지만 사교육비 때문에 주부가 노래방 도우미를 해야만 하는 현실이 안타깝다. 이 또한 학벌을 중시하는 사회적 풍토 때문일 것이다.
현재 군 입대중인 작은아들이 [연세대학교]에 입학하기 전까지는 페이스트푸드점에서 시급제 아르바이트를 했지만 합격하고 나서는 3년 동안 고등학생한테 수학과 과학을 가르쳤다. 아들은 자신의 공부를 위해서 괴외를 3팀으로 제한했는데 가르쳐달라는 주문이 많아서 명문대생이라는 실감이 느껴지더라고 말한 적이 있다. 지금 복무하는 부대에서도 시설관리를 맡고 있고 K대출신 법대생과 절친하게 지낸다고 한다.
아는 언니의 딸은 당시 수능점수가 400점 만점에 380점대로 ‘Y대’와 ‘K대’에 갈 수가 있었지만 갑자기 아버지가 수술하고 돌아가시는 바람에 가정형편이 기울어져서 [인천대학교] ‘국제통상학부’에 전액장학생으로 입학하였다. 그런데 과외지도를 하려고 하면 실력을 믿지 않고 단지 명문대가 아니라는 이유로 초등학생만 적은 돈을 받고 가르쳤다. [인천대학교]의 ‘국제통상학부’는 국제화시대에 발맞추어 맞춤인재를 양성하는 학과이지만 사람들은 우선 학교만 보려고 해서 재학중에는 많이 울었다고 한다. 그래서 졸업을 앞두고 국영기업체에 응시하여 지금은 고액 연봉을 받으면서 근무하고 있다.
요즘은 여름방학 중이지만 집에서 노는 학생들은 극소수에 불과하다. 서울에 사는 학생들은 외국으로 어학연수를 받으러 떠나고, 지방 학생들은 서울의 유명 강사를 초청하여 특별수업을 받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만일 이러한 학생들 사이에 들어가지 못한다면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게 될 것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간판을 중시하다 보니 짝퉁이라 불리는 가짜제품이 성행하는 것 같다. 앞으로는 간판 學歷이 아닌 學力을 중시하는 풍토가 조성되기를 기대해 본다.
友瑛. 2007. July. 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