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출발, 2학기를 맞으면서...♣
때는 바야흐로 2학기가 시작되는 시점(時點)에 와 있다. 며칠 전 [연세대학교]에서 ‘토목환경시스템공학’을 전공하고 있는 작은아들이 인터넷으로 학자금 신청에 필요한 자료를 입력하고 공인인증서(公認認證書)를 작성했다. 대출이 확정되면 부모와 같이 해당 점포에 가서 서류를 작성하고 대출을 받게 된다. 작은아들은 1학기 방학 기간인데 8월 중순경에 2학기 등록이 시작된다. 집집마다 경제가 어려운데 대학 등록금이 또 인상된다고 하니 걱정이 된다. 정부에서 발표한 이공계학생들을 위한 학자금대출도 슬그머니 자취를 감추었다.
작은 아들은 지난 1학기에도 농협에서 학자금대출을 받았는데 2년 거치 7년 분납(分納)으로 돼있다. 다시 말해서 2년 동안은 이자만 내고 그 이후에 7년 동안 학자금을 갚아나가면 된다. 남편은 건강관리공단에 가서 건강보험료 납부확인서를 떼어왔고 아들이 주민등록등본을 떼어왔다. 큰아들은 공대를 다니다 휴학중인데 올해 ‘실용음악과’로 다시 지원하기 위해 음악학원에 다니고 있다.
7월 18일부터 2학기 등록이 시작되었다. 나는 22일까지 등록마감일이지만 그제 등록을 하고 지정된 서점에서 교재를 받아왔다. 이번 2학기에는 ‘철학의 이해’, ‘중국 종교와 사상’, ‘여가와 삶’, ‘문학의 이해’, ‘중급한문’, ‘중급중국어2’를 이수해야 한다. 한 집에 학생이 셋이나 되고 다들 컴퓨터를 사용하는데 남편만 컴맹이라서 우스개 말로 “집에 들어와 봐야 마누라와 자식들 얼굴을 자주 볼 수가 있나?”하면서 늘 안방에서 TV를 보다가 시간이 되면 자는데도 기분이 그다지 나빠 보이지 않는다. 아마도 자신과 관계된 가족들이 열심히 살고 있으니까 대리만족(代理滿足)을 느끼는 것 같다.
남편은 처음부터 이렇게 자상하고 배려심이 많은 사람이 아니었다. 비교적 유복한 가정의 막내로 자라면서 자신만 아는 개인주의였는데 여러 번 사업을 하다가 실패를 하고 아내를 고생시키다 보니 남편 말에 의하면 “뒤늦게 철이 들었다.”는 것이다. 이제는 아내가 등록을 하고, ‘스터디 그룹’에 가입하고, 출석수업(出席授業)을 받거나 시험일정까지 일일이 챙기는 사람으로 변했다.
내가 1994년 늦깎이로 [방송대학교]에 들어갔을 때 나는 오랜만에 접하는 영어와 한문(漢文) 과목은 시간이 많이 소요되어 집에서도 늘 책을 끼고 살았다. 당시는 내가 직장에 다니지는 않았지만 아들이 중학교에 다니고 있어서 아침에는 도시락을 3개나 싸야 했고 아이들 뒷바라지 때문에 도서관에 가지도 못했다. 그래서 거실 한견에 책을 펼쳐놓고 공부를 하다가 남편을 맞이했는데 남편은 늘 그것을 못마땅하게 말했다. 한번은 기말시험이 임박해서 나는 마지막 피치를 가하고 있었다. 나는 소설을 읽거나 뜨개질을 하거나 어느 한 가지에 몰두하게 되면 그것을 마무리할 때까지 다른 것에는 소홀하게 된다. 그날도 남편이 현관문을 열고 들어와서 안방에 가서 TV를 보는데도 나는 모르고 책에 파묻혀있었다. 남편은 퇴근한지 30분이 지나서도 내가 안방을 들여다보지 않으니까 화가 나서 거실로 나오더니 한창 공부를 하고 있던 한문교과서를 빼앗아 북북 찢어버리면서 “남편을 뭘로 아는 거야?”하고는 들어가 버렸다.
그렇지만 책이 워낙 두꺼우니까 앞부분만 여러 장 뜯겨나가고 다른 부분은 멀쩡했다. 나는 남편한테 미안하다고 하고는 저녁을 차려주고 커피까지 타다 바치고 나서 뜯겨나간 한문교과서를 스카치테이프로 붙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찢어진 책으로 다시 공부를 시작했다. 얼마 후 남편이 화장실에 가려고 나와 보니 내가 스카치테이프로 붙인 책으로 열심히 공부에 열중하는 것을 보고는 더 이상 할 말이 없었다고 했다. 기말시험에서 한문과목은 Ao를 받았다. 지금도 남편은 “최씨한테는 두 손 두 발을 다 들었다.”고 한다. 그 후로는 나도 남편한테 신경을 쓰고 있지만 남편은 시험이 가까워오면 신경을 쓰지 말라고 했고, 집에서 공부가 잘 안되면 도서관에 가서 공부하다 오라고 했고 김치가 떨어지면 사다먹자고 한다.
흔히 ‘남자는 여자 하기 나름’이라고 말한다. 시댁에서는 남편이 나한테 꽉 잡혀서 산다고 할지 모르지만 나는 남편을 잡은 적도 없고 앞으로도 잡을 생각이 전혀 없다. 다만 남편 스스로 내편이 되어주었을 뿐이다. 나는 작년에 ‘중어중문학과’ 2학년에 편입(編入)을 했지만 중국어에 대한 기초가 전혀 없어서 지난 2학기에는 휴학을 하고 집과 학교 ‘중국어 스터디’에서 공부를 했다. 그동안 남편은 나한테 신경을 쓰지 않고 살았는데 앞으로는 신경이 쓰일 것이다. 그제도 서점에 갈 때 동인천에서 남편을 만나서 같이 [대한서림]에 가서 교재를 수령했는데 비닐포장에 싼 책을 남편이 들고 나왔고 냉면을 사주었다.
友瑛 2005. July.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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