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편과 자수정 묵주팔찌 ♥
나는 남편과 2년 동안 연애기간을 거쳐 1980년에 결혼해서 두 아들을 낳고 행복하게 살아왔다.
남편이 직장생활을 하다 인테리어 사업을 시작했는데 1997년 IMF 사태가 일어나서 큰 손해를 보고 사업을 접었다.
남편은 2년 동안 의욕을 잃고 폐인처럼 지내다가 공공근로를 거쳐 용접을 배워서 직장에 들어갔다.
남편은 하는 일이 힘들지만 가족을 위해 벌어야 하니까 줄담배를 피우면서 스트레스를 풀었던 것 같다.
2017년 4월 남편이 폐암말기로 판정받아 ‘카톨릭성모병원’에서 항암치료를 시작했다.
나는 남편이 입원중일 때 퇴근하면 곧장 병원으로 달려가서 남편과 시간을 보내다 돌아왔다.
성모병원은 카톨릭 계열이라 로비에서 진열대에 묵주팔찌를 진열해 놓고 팔고 있다.
5월 어느 날 남편이 입원 중일 때 남편은 자색으로 팔찌를 샀는데 나한테도 고르라고 했다.
나는 여러 가지 색상이 섞여있는 자수정 묵주팔찌를 골랐는데 남편이 직접 팔에 걸어주었다.
나는 팔찌를 착용하지 않고 장롱서랍에 보관했다.
남편은 열 달 동안 항암치료와 한 달 동안 방사선치료까지 받았지만 상태가 악화되어 요양병원으로 옮겨갔다.
2018년 4월 7일 남편은 사랑하는 가족을 남겨두고 하늘나라로 떠났다.
남편은 천주교계열 고등학교를 졸업했는데 병원에 입원중일 때 천주교신자인 내 친구로부터 대세를 받고 ‘바오로’라는 세례명을 얻었다.
거주지 성당에 남편의 교적신고를 하고, 나도 세례식을 받고 천주교신자가 됐다.
거실 문갑 위에는 세례식 때 대모를 서준 친구가 사 준 성모상이 있고, 성모님 기도 손에는 남편이 사준 자수정 묵주팔찌가 걸려있다.
오늘은 남편이 세상을 떠나고 두 번째 맞는 기일이다.
큰아들은 코로나19 때문에 일본에서 귀국하지 못하고, 작은아들 내외가 와서 제사를 지내고 돌아갔다.
성모님한테 기도하면서 남편의 마지막 선물인 묵주팔찌를 볼 때마다 남편이 한없이 그립고 보고 싶다.
아울러 자수정 묵주팔찌도 내가 살아있는 동안 영원히 간직할 것이다.
友瑛. 2020 .04. 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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