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포족 ♣
단풍이 지고 영하의 날씨가 계속되면서 본격적인 김장철이 되었다.
슈퍼마다 김장재료들을 쌓아놓고 팔고 있고, 사람들은 김장거리를 사가지고 간다. 한국 사람은 김치 없이는 밥을 먹지 못한다.
김치는 밥뿐만 아니라 고구마와 떡을 먹을 때도 함께 먹으면 소화가 잘 된다.
김장은 김치를 담그는 행사를 말한다.
유네스코에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김장문화가 등재되어 있다고 하니 자랑스러운 일이다.
이제 김치는 세계인이 즐겨 찾는 음식의 하나가 되었다.
김포족은 ‘김장 담그는 것을 포기한 사람’을 말한다.
통계에 의하면 김장을 하지 않는 가구가 55%나 된다고 한다.
요즘은 가정마다 김치냉장고가 있어서 김장을 하더라도 10포기 이하로 담그고 시간적 절임배추를 활용한다.
백화점에서는 즉석에서 맞춤식으로 포기김치를 담가서 판매하기도 한다. 나는 올해부터 김장을 하려고 했는데 남편이 아픈 바람에 포기김치를 사먹는다.
나는 맏딸인데 초등학교부터 김장철이면 어머니의 보조역할을 했다.
당시는 김장을 해서 앞마당에 구덩이를 파고 커다란 항아리를 묻고, 김치를 차곡차곡 쌓은 다음 배추겉잎으로 덮고 뚜껑을 닫은 후 볏짚을 엮어서 덮어주었다.
김장은 연탄과 더불어 겨울철 먹을거리 준비를 하는 연례행사였다.
어머니는 해마다 김장철이 되면 ‘김장 담그기 프로젝트’에 들어간다.
부모님과 사남매가 겨울 내내 먹을 분량은 보통 백 오십 포기에서 이백 포기다.
어머니 혼자서 첫 날은 배추와 무를 사다 다듬어 놓으시고, 다음날은 파와 갓, 새우젓 등 젓갈을 준비한다.
내가 토요일 학교에서 일찍 돌아오면 어머니가 본격적인 김장준비에 들어선다.
일요일 김장하는 날은 아침부터 분주하다.
동네 아주머니들이 김장을 도와주러 오면 얘기를 하면서 속을 버무리기만 하지만, 나는 밥을 짓고 국을 끓이고, 그릇을 닦고, 배추를 옮기고, 뒤처리를 하느라 가장 바쁘다.
여동생이 있지만 내 기억에 여동생은 집안일을 시키지도 않았고, 하려고 하지 않고 친구들과 어울려 놀기에 바빴다.
집에서 일을 해보지 않았던 여동생은 맏며느리로 가서 시부모님을 모시고 시집살이를 했고, 나는 일이 지겨워서 막내인 남편을 만나 분가하여 홀가분하게 살았으니 아이러니 하다.
여동생은 여러 가지 김치를 잘 담가먹고, 나는 공부와 직장생활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김포족’이 되었다.
友瑛. 2017. Decemb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