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五十代 여성 ♠
현재 우리나라 50대 여성은 ‘불행한 세대’에 속한다.
6.25 직후 1950년 중반에 태어난 여성들은 오빠나 남동생 때문에 교육의 기회를 잃어버리고 초등학교를 겨우 졸업했다. 한창 감수성이 많은 10대 시기에 공장에서 돈을 벌어 가정경제에 기여하여 살림밑천 노릇을 톡톡하게 하는 경우가 많았다.
외환위기를 맞아 자녀가 한창 중. 고등학교에 다닐 시기에 남편은 실직하여 생활전선에 뛰어든 여성들은 대부분은 당시에 40대 여성들이다. 이 여성들이 50대 중반이 된 지금 자녀가 대학교를 졸업해도 취업하기가 어려워서 부모한테 손을 벌리는 자녀가 많다.
50대 여성은 전통적인 가부장제도 아래서 시부모님을 모시는 것을 당연시하고 살아온 마지막 세대였지만 막상 자신은 며느리의 눈치를 보는 첫 세대이기도 한다.
남편들이 50대에 들어서 조기 은퇴한다면 보통 자녀가 대학생이거나 아직 결혼시키지 않은 상태에 머물러 있을 것이다.
남편이 다행히 직장에 다니고 있다 해도 언제 퇴직할지 모르는 상황에 50대 여성들은 집에서 마음 편히 밥만 하고 지낼 수 없다.
공무원 같은 직장인은 퇴직 후에도 연금제도가 있어서 노후를 안락하게 보낼 수 있지만 대부분의 직장인은 개인연금에 의존해야 한다.
여고동창 모임에서도 자영업을 하던 한 친구가 경기 불황으로 폐업을 하고 뒤늦게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
친구 L은 며느리가 직장에 다니고 있어서 친손자를 보느라 모임에 불참했다. 친구 J는 결혼한 딸의 외손녀를 보고 있다고 토로하고, C는 앞으로 외손녀가 태어나면 돌봐주기로 했다고 한다.
1991년에 모임을 결성하여 그동안 열 명의 친구들이 모임에 빠지지 않고 참석했는데 가정사정과 손자, 외손자를 돌보느라 한 달에 한 번 모임에도 하나 둘씩 불참하는 것을 보니 어딘지 씁쓸하다. 남편들이 있지만 손자의 양육은 유독 친구의 차지가 되고 있다.
삼성경제연구소의 통계에 의하면 2011년 현재 우리나라 여성 취업자가 천만 명을 돌파했다고 한다. 50대 취업자의 비중은 20대 취업자 비중을 넘어섰다.
요즘 1.5맞벌이 부부가 늘었다고 한다. 여성의 일자리가 창출됐다고 하지만 대부분 식당, 용역업, 제조업 등이다.
주로 젊은이들이 기피하는 업종에서 비정규직으로 근무하는 사례가 많아서 열악한 대우를 받고 있다. 여성노동자는 가정으로 돌아가면 다시 가사에 몰두해야 하기 때문에 개인의 건강상 문제도 야기되고 있다.
남자들은 전일제로 근무하지만 여성들은 가사와 병행하면서 주 36시간 이하의 반일제 근무를 하는데 4대 보험혜택은 물론 상여금과 퇴직금 지급도 없기 때문에 근로조건에서 불리할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에서 대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1인당 교육비가 1억이 넘는다고 하는데 부모가 퇴직하면서 갑자기 수입이 끊기면 자녀교육에 타격을 받을 수 있다.
나는 1997년 IMF 시기에 남편이 하던 인테리어사업을 접으면서 수입이 끊겼다.
당시에 남편은 2년 동안 실업자 상태에 있었기 때문에 지역건강보험료가 밀려서 독촉을 받고 있었다.
나는 당시 고등학교 3학년과 1학년 두 아들의 교육비 때문에 집에만 있을 수 없어서 생활전선에 나섰는데 가족의 건강보험을 나한테 올리고 잠시 끊었던 학원을 다시 보낼 수 있었다.
남편은 2년 동안 방황을 끝내고 1999년 4월에 취업하면서 가정경제가 조금씩 나아지기 시작했다. 정부에서 대학생한테 학자금 대출 제도가 있지만 부모의 부동산이나 직업이 없으면 대출이 어렵다.
나도 두 아들을 학자금대출을 받아 대학교를 졸업시켰다. 인터넷으로 정부의 학자금을 대출 받을 때마다 부모의 재직사항과 연봉을 기재하였다.
현재 큰 아들은 일본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공부를 계속하고 있고, 작은아들도 대기업사원으로 근무하고 있다.
지금다시 돌이켜 보면 사업 빚이 남아있는 형편에 어떻게 아이들을 대학교까지 졸업시켰는지 돌이켜 생각해보면 내 자신이 대견할 정도이다.
요즘도 자녀의 교육비 때문에 생활전선에서 고생하는 어머니들을 보면서
‘여자는 약하지만 어머니는 강하다.’는 말이 실감난다.
友瑛. 2012. April. 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