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중한 친구(親舊) ♥
親舊는 ‘벗. 동무’라는 사전적 의미를 가지고 있으며 ‘가깝게 오래 사귄 사람’을 가리키는 말인 반면 知人은 ‘그냥 얼굴을 아는 정도’의 가벼운 친교관계를 말한다.
동창생은 같은 스승 아래서 공부를 하면서 돈독한 우정을 쌓아온 사이여서 친구에 가깝지만 직장 동료와 사회나 같은 아파트 주민, 단순한 친목모임에서 알게 된 지인들은 아무래도 속마음이나 경조사 때 알리는 것이 무척 조심스럽다. 다만 직장이나 친목모임에서도 단체로 경조사를 의무적으로 하는 경우는 예외이다. TV방송에서도 연예인들 사이에서 <절친 노트>라는 프로가 방영되었는데 관심을 가지고 시청했다.
친교관계는 상대한테 특히 어려운 일이 생겼을 때 대하는 태도를 보면 잘 알 수 있다. 우리나라는 예로부터 경조사 때 현물이나 노동력으로 상부상조하는 미풍약속이 남아있다.
요즘은 뷔페나 컨벤션센터에서 결혼식과 연회를 하는데 음식비가 비싸니까 축의금도 많아질 수밖에 없는데 통상적으로 지인의 경우 3만원, 보통 친구나 종료는 5만원, 절친과 친척은 10만 원 이상 부조하고 있다. 그래서 부조금 액수를 가지고 절친 정도를 가늠하기도 한다.
큰남동생은 지금은 사업에 실패해서 어렵게 살고 있지만 사업하던 시절 학교 동문회에도 열심히 나섰고 친구들과 대인관계가 좋아서인지 아버지 장례 때 동창들하고 지인들이 많이 찾아주었다. 한 친구 L은 고등학교 시절 친정에서 남동생과 1년 동안 같은 방에서 지냈던 인연으로 우정이 각별했다.
공군 장교로 근무하다 최근에 예편했는데 첫날부터 발인까지 지켜주었고 부조금을 30만원이나 냈다.
초등학교동창 K는 아버지와 같은 카톨릭 신자인데 다른 동창생들과 별도로 시간을 내서 찾아와 기도를 하고 갔다.
나는 어려서 내성적인 성격에다 집이 가난하다 보니 주눅이 들어서 친구를 많이 사귀지 못했다. 여고를 졸업하고 사회인으로 살아가면서 친구가 하나 둘씩 늘어나기 시작했는데 지금은 오래전에 연락이 단절되었다.
가장 절친한 친구는 역시 여고동창이다. 1991년 가장 늦게 결혼한 H의 결혼식에서 만나 마음에 맞는 친구 열 명이 친목모임을 만들어 20년 째 모임을 갖고 있다.
자식들 백일잔치에서 돌잔치까지 참석했는데 이제는 그 자식들이 결혼을 해서 대를 이어 손자의 돌잔치에 참석하고 있다.
지난번 친정아버지가 돌아가셨을 때 내가 직장일로 오후 3시에 영안실에 도착했을 때 친구들이 나 보다 더 먼저 도착해서 기다리고 있었다.
방송대에서 늦깎이 공부를 하면서 수많은 동창들이 생겨났지만 <국문학과>와 <법학과>는 졸업 후 따로 모임을 갖지 않아서 연락처를 모른다.
가장 최근에 졸업한 <중어중문학과>는 학창시절 스터디 그룹에서부터 얼굴을 익히고 알고 지냈고 졸업 후에도 매월 정기적인 모임이 있어서 모임 참석에 적극적이다.
동학 중에는 부친상을 치르거나 자녀가 결혼하여 참석한 경우가 있지만 나는 경조사를 알리기에는 아직 조심스러운 관계라 생각하고 알리지 않았다. 친정아버지 장례를 치르고 30일 일일호프 행사에 참석하여 서로 안부를 묻다가 아버지 장례가 지나갔다고 했더니 “그런 일은 알려야 합니다.”하기에 웃으면서 “아직 어머니가 계세요.”했다.
2009년에 산업유통센터 주최로 <상인대학>을 운영했는데 그곳에서 만난 상인대학 동기생은 그동안 따로 모임이 없었다가 4월에 첫 모임을 갖고 5월에는 강화도에 다녀왔다. 하지만 아직 경조사에 대한 구체적인 규약을 정하지 않은 상태여서 알리지 않았다.
나는 삼우제(三虞祭)가 지나고 총무를 맡은 S가 월간지를 가져왔기에 강화도에서 찍은 사진을 주면서 아버지가 돌아가신 것을 알렸더니 모임에서 “아직은 경조사에 대한 규약이 없으니까 개인적으로 부조를 해야 할텐데 다른 사람들과 의논해보겠어요.”한다.
남편도 회사의 동료들과 낚시회 동기, 학교 동창생이 찾아주었고, 큰아들이 일본에서 오지 못하자 절친 두 명이 찾아왔다. 작은아들도 절친과 회사 동료가 찾아주었다.
나는 친정아버지의 장례를 치르면서 많은 친구들의 부조금과 더불어 찾아오지 못한 친구들의 안부 인사를 받고 무척 고마웠다.
앞으로는 친구들의 경조사에 더욱 열심히 참여하겠다고 생각했다.
友瑛 .2010. June.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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