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대 택시기사 김수원씨 차안에서 일본어·문화 '열공'
일본인 승객에 한국 문화도 알려
(서울=연합뉴스) 김보경 기자 =
일본인 관광객이 자주 찾는 명동과 동대문시장근처에는 평범하지 않은 택시 하나가 대기 중이다.
차내 여기저기 붙어있는 일본어 단어장, 운전대 옆에 걸려있는 교재와 스피커에서 쉴새없이 흘러나오는 MP3 강의만 봐도 여느 택시와 다른 이 차의 주인은 바로 19년 베테랑 운전기사 김수원(52)씨다.
방송통신대 일본학과 10학번인 김씨는 콜을 기다리거나 손님을 태우지 않는 시간에는 여지없이 택시 안 스피커를 켜고 동영상 강의를 보거나 MP3강의를 듣는다.김씨에게 택시는 그야말로 '움직이는 강의실'인 셈.
지난 2002년 한일 월드컵 당시 수많은 일본 관광객을 태웠던 김씨는 '일본어를 하며 택시를 몰면 경쟁력이 있겠다'는 생각에 독학으로 일본어 공부를 시작했다.
2007년에는 택시 안 이곳저곳 단어장을 붙여놓은 김씨를 보며 한 승객이 방송대에 가보라고 제안을 했다.
김씨는 13일 "방송대는 온라인으로 수업을 들어 시간 여유가 없어도 대학을 다닐 수 있다는 점이 너무 좋았다"며 "어학 뿐 아니라 일본의 정치·경제·문화를 두루 배우고 싶었다"고 말했다.
쉬는 날에 빠짐없이 학교를 찾아 강의를 들었지만 오십이 넘은 김씨가 대학 수업을 따라가기는 역시 역부족이었다.
결국 김씨는 택시를 자신의 작은 강의실로 만들어 짬이 날 때마다 강의를 들었다. 내년 2월 졸업을 앞둔 김씨는 현재 평균 B학점을 유지하고 있다.
일본어로 의사소통이 가능한 김씨는 2011년 서울시가 운영하는 외국인 전용 택시 자격증을 따 일본인 손님을 태우고 있다.
김씨는 "일본어로 안내를 하면 일본인 손님들이 편하고 안심된다고 하더라"며 "손님과 함께 삼겹살을 먹으며 한국 문화를 일본어로 설명해줄 때도 있다"고 말했다.
하루 14시간 택시를 몰다 2∼3시간 공부 하는게 쉽지 않지만 김씨는 먹는 것보다 공부하는 것이 더 좋다고 했다.
지금도 김씨의 택시 안에는 이번 학기에 수강하는 '근현대 한일관계','고급일본어활용' 수업 교재가 여기저기 붙어있다. 또 강의 교수의 음성이 스피커에서 쉴새없이 흘러나온다.
김씨는 "학교에서 배운 내용을 일본인 승객들에게 바로 활용할 수 있다는 게 너무 신난다"며 "일본에 대한 이해를 높여 택시를 몰면서 민간 외교관 역할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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