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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대표님과 인연

                            ♣ 대표(代表)님과 인연(因緣)

 

어느 사업체를 막론하고 사용자(使用者)’종업원(從業員)’이 있다.

사용자는 노동을 제공하는 사람에게 그에 대한 보수를 지급하는 사람으로 고용주라고도 한다.

종업원은 어떤 업무에 종사하는 사람을 말한다.

 

나는 20071D벨트 J대리점에 경리사원으로 입사하여 17년째 근무하고 있다.

Y대표님이 개인사정으로 20231230일자로 사업을 접었다.

202411일부터는 D벨트 본사에서 근무하던 L대표님이 J대리점을 인수했다.

 

나는 올해 만나이로 69살이다.

내가 19살에 여상에서 주산. 부기. 타자를 배웠고, 컴퓨터에서 문서작성과 액셀. 전자계산서 발행까지 사무능력이 있다.

방송대학교에서 4개 학과를 졸업하고, J대리점에서의 오랜 경력으로 벨트에 대해서는 매출관리와 거래처 관리, 재고관리에 대해서 완벽하게 해낼 수 있다고 자부한다.

하지만 69살이라는 벽은 어떠한 능력에도 커버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다행스럽게도 Y대표님이 나의 능력을 인정하여 종업원으로 추천해서 새로운 L대표님의 종업원으로 앞으로 1년 동안 근무할 수 있게 됐다.

Y대표님은 나하고 동년배지만, L대표님은 아들뻘 되는 40대 중반이다.

대리점을 인수하기 전 12월부터 미리 출근해서 함께 일하면서 얼굴을 익혔다.

 

L대표님이 나한테 앞으로 직책을 뭐라고 불러드리면 좋겠습니까?” 하기에 대표님 편하게 대리라고 불러주세요.”하니까 대리님이라고 부른다.

 

요즘에는 요양보호사, 간호사, 약사한테 선생님이라고 부르고, 간병인과 가사도우미한테도 여사님이라고 부른다고 한다.

그만큼 그 사람의 능력을 인정해 주고 직업에 대한 자존감을 높여주려는 것 같다.

 

나는 2007년에 입사하여 2010년까지 종이계산서를 발행했지만, 2011년부터 당시 매출액이 연 5억 원 이상은 국세청 홈페이지에서 ‘e세로전자계산서를 발행해야 했다.

Y대표님도 모르고 경리인 내가 알아서 해야 하는데, 교육받는 곳도 없고 주위 매장에 물어봐도 잘 모른다고 했다.

당시에는 인터넷에서 전자계산서에 대한 자료를 찾아봐도 없어서 암담했다.

나는 상공회의소에서 전자계산서 작성에 대한 사전교육이 있다는 것을 알아내고 전화로 교육신청서를 신청했다.

팩스로 인적사항을 써서 보내고 교육당일에는 Y대표님한테 얘기하고 상공회의소에 가서 2시간 영상교육을 받고 자료집을 받아왔다.

직장에서 자료집을 보면서 반복한 결과 무난하게 전자계산서를 발행할 수 있었다. ‘e세로가 후에 홈택스로 명칭이 바뀌었다.

 

Y대표님은 아날로그 세대여서 주문서를 작성해서 팩스로 보내고 담당자한테 확인 전화를 걸었다.

새로운 L대표님은 주문서를 문서로 작성하지 않고도, D벨트 총판 홈페이지에 들어가서 재고현황을 확인하고, 주문수량을 입력하고 주문완료를 저장하면 자동으로 주문이 완료되어 차량 편으로 주문서와 벨트를 가져다준다.

처음에는 직접 시범을 보이면서 나한테 주문과정을 설명한다.

지금은 내가 직접 담당하고 있다.

젊은 대표님과 나이가 든 종업원이 함께 일하니까 혹여 다른 사람들의 눈에는 부자연스럽게 보일지 모르지만 아직까지는 순조롭게 잘 지내고 있다.

나는 Y대표님이 은퇴하셨으니까 회장님이라고 부르면서 식사대접도 한다.

Y회장님이 가끔 들러서 주문을 받아 매상을 올려주시고, L대표님과 함께 거래처에 가서 인사도 시켜주신다.

오늘은 Y회장님이 설날을 앞두고 백화점상품권을 주신다.

거래처에도 그동안 거래한 것에 대한 고마움과 앞으로도 계속 거래해 달라는 의미로 설날 선물을 준비했는데, 내가 나누어주고 있다.

사람은 떠날 때 모습이 아름다워야 한다는데 Y회장님은 사업을 접고도 인연을 소중하게 생각하시는 분이다.

友瑛. 2024. 02. 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