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년의 구피인형 ♣
구피는 1980년생인 큰아들이 막 첫돌이 지났을 때 시댁에 가려고 아들을 업고 길을 가는데 손수레에서 장난감을 쌓아놓고 팔고 있었다. 아들은 등 뒤에서 자꾸 장난감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사달라고 했다.
나는 잠시 가던 길을 멈추고 아이한테 이것저것 들려주었더니 다른 인형은 싫다고 하면서도 유독 구피를 손에 쥐고 놓지 않았다.
그렇게 해서 구피가 큰아들의 동생 겸 친구가 되었는데 당시 거금(巨金)천원을 준 것으로 기억된다.
나는 큰아들이 구피를 안고 노는 모습을 사진으로 찍어주었다.
구피는 작은 아들이 태어나서도 큰아들의 손에서 떠날 줄 몰랐다.
다른 장난감을 제쳐두고 늘 구피를 손에 들고 있거나 동화책을 볼 때도 늘 제 옆에 두었다.
잠을 잘 때도 큰아들 옆에는 늘 구피가 함께 있었다.
1982년에 작은 아들이 태어나자 큰아들은 동생을 좋아하면서도 동생이 구피를 가지려고 하면 빼앗기지 않으려고 하던 모습이 눈에 선하다.
나는 작은 인형을 사서 작은아들한테 주었는데, 구피는 여전히 큰아들 전유물이었다.
두 아들이 성장하여 큰아들은 일본에서 생활하면서 가끔씩 집에 다녀가고 작은아들은 한 달에 한 번 정도 다녀간다.
구피는 1981년 생으로 중년이지만 지금도 아기 때 모습 그대로 남아있다.
나는 이사준비를 하면서 다른 물건을 정리해도 구피와 단짝 인형은 어릴적 두 아들의 모습을 생각하면서 데리고 가려고 한다.
구피도 단짝 인형과 함께 놓아주니 형제처럼 친근하다.
友瑛. 2018. October.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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